정치와 법률, 정책과 예산은 어떻게 보면 모두 같은 개념(?)
정치의 결과물은 법률, 정책, 예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는 사회의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며, 그 결과는 법률, 정책, 예산으로 나타납니다. 법률은 사회의 규칙을 정하고, 정책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하며, 예산은 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재원을 배분·편성·집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치는 사회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는 법률, 정책, 예산으로 나타납니다. 정치-법률-정책-예산이 빈틈없이 선 순환할 때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직자들의 집행행동(enforcement action)
‘집행행동(enforcement action)’이란 법령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 즉 법을 집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것처럼, 공직자들도 일련의 집행행동을 통해, 정치와 법령, 정책과 예산을 구체화 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결과를 바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및 장·차관처럼 선출직 및 지명직 등의 어쩌다 공무원을 포함, 신분을 보장받는 늘 공무원들인 공직자들도 정치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법령과 정책, 예산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공직자들, 특히 대통령, 총리, 장관 등의 고위공직자들은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공직자’는 의심과 질문, 검증, 사유하고 탐구할 때 가능
철학은 자연, 인생, 지식에 관한 근본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동양철학과 달리 서양철학은 사람의 문제, 사회문제, 국가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룬다는 점입니다.
그런점에서 ‘좋은 공직자’는 자신을 다스리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늘 탐구하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그들은 기존 관행이나 선례, 기존법령과 제도, 절차와 방법 등을 아무런 생각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배격해야 합니다.
그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의심과 질문, 검증, 사유활동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 위해 늘 탐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즉, 의심과 질문, 검증, 사유활동 자유로운 사회와 조직에서만이 기존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좋은 공직자’의 관점에서 이번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를 바라보면,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장차관 등의 고위공직자들을 포함 공무원들이 이번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를 준비하면서, 의심과 질문, 검증, 사유활동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 위해 늘 탐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더라면 작금의 사태는 최소한 예방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공직자들은 국민의 대표·대리자로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공직자들이 의심과 질문, 검증, 사유활동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최소한 1년전부터 국회나 언론 등에서 문제제기 되었던 세계잼버리 대회의 부실준비 문제는 어느 정도 사전예방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계잼버리대회 문제진단
내일(11일) 폐영식과 K-POP공연을 마지막으로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세계잼버리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나면, 정부차원에서 각종 문제점들에 대한 원인진단과 책임자 처벌 등의 대대적인 감찰 및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점만도 온열환자 폭증 등의 폭염문제, 해충방역 등 보건·위생문제, 코로나 등 감염대책 문제, 각종편의시설 등 인프라 부족문제, 이후 운영과정에서의 운영부실 문제 및 위기관리 문제 등 한마디로 나라망신을 시킨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낸 국제행사였습니다.
문제점이 많았던 만큼, 원인진단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닌 복합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저 조직위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잼버리대회 조직위원회를 보면, 정부의 3개 부처와 전라북도, 그리고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의 파견공무원·파견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운데 기관별로 서로 협조가 원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해체 논란에 있었던 여성가족부가 이번 행사를 주도하면서, 공무원 조직의 역량이 제대로 집중·발휘되지 못했을 가능성은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서 문제제기 된 바 있습니다.
또한 공직자들의 경험 및 전문성 부족문제, 신속하게 의결하여 공급되지 않았던 예산부족 문제, 위기관리에 대한 매뉴얼 부재문제 등 어느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는 곳이 없을 정도로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낸 국제행사였습니다.
특히 권한과 책임의 관점에서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과 장관 등의 존재감은 행사이전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행사 개막 이후 문제가 되면서 대통령과 총리, 장관의 어설픈 개입은 오히려 현장에서의 혼란만 부추긴 꼴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준비를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할 공동조직위원장 또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를테면, 공동조직위 위원장에 장관만도 여가부장관, 행안부장관, 문체부장관 등 3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국제행사에 장관 명패하나만 걸어두었을 뿐, 어느 누구도 1년전부터 문제제기 되었던 세계잼버리대회 부실준비에 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1인이 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더라도 부족할 마당에, 3개부처 3명의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다 보니 어느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 구조 때문에, 이번 대회가 실패했다는 따끔한 평가입니다.
리더의 권위주의적인 인식과 행정체계 또한 문제의 큰 원인중에 하나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크고작은 안전재난을 경험한바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지난해 이태원참사, 최근의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 모두가 보수정권때 일어난 사건입니다. 이들 사건이 일어난 시대적 배경의 공통점은 권위주의적인 정권하의 상명하달식의 행정체계로 위계질서가 강한 공조직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권위주의적인 행정체계에서는 현장의 공직자들은 의심과 질문, 검증, 사유활동과 같은 적극행정 보다는 보신 위주의 소극행정을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번 세계잼버리대회의 행사준비 부족문제나 부실운영문제 또한 이런 강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행정체계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특히 앞선 이태원참사나 오송지하차도 참소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장관 등의 고위 책임자에 대한 문책 및 처벌 없이 말단 관료 내지 부하에게만 책임을 묻는 구조에서의 공직자들은 의심, 질문, 검증, 사유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망우보뢰(亡牛補牢)
망우보뢰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번 세계잼버리대회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권한과 책임이 가장 큰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 새만금세계잼버리대회를 준비하고 책임져왔던 장관 등의 먼저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문제제기 되고 있는 준비부족 및 부실운영에 대한 진상을 한점 의혹 없이 제대로 규명하여, 책무성(責務性)의 관점에서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일벌백계하는 마음으로 책임자에 대해서는 엄중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도 권한과 책임이 큰 자리에 있는 장관 등의 고위공직자는 책임을 탕감받고, 꼬리자르듯이 말단공무원만 징계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