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학부 때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졸업 후에도 ‘대전도시기본계획’에 대한 여러 차례 의견을 내는 등의 지역개발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았던 열혈 시민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을 보면서 답답했던 차에, 오늘 일요신문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관련 양평군민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는데,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 블로그에 포스팅하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논쟁거리’로 만든 국토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논쟁 중에 하나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논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논쟁꺼리도 안 될 사안을 국토부가 억지로 만들고, 그로인해 지난 몇 달간 시간낭비, 행정력낭비 등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이미 2021년 KDI가 원안으로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노선변경을 위해 민간업체에 B/C분석도 없는 18억짜리 용역을 하고 임의로 노선을 변경했습니다.
이 사건이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아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땅이 있는 곳으로 국토부가 임의로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 현재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본질입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양평군민 여론, 64%가 당초 원안을 지지
양평군민들에게 ‘종점 변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문했더니 ‘잘못된 일이다’가 72%로 ‘잘한 일이다’ 24%보다 48% 보다 높아 ‘종점 변경’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속도로 건설 논란 결과가 어떻게 되길 바라나’라는 질문에는 64%의 군민들이 ‘원안대로 양서면으로 추진’ 되기를 기대했으며, ‘변경된 강상면으로 추진(21%)’보다 42%포인트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백지화 논란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원안에서 아무런 설명과 해명 없이 수정안(강산면)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군민이 75%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양평고속도로 건설을 백지화 시킨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 대부분인 81%가 ‘국민을 무시한 잘못된 행동이다. 설명과 공청회를 했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 보다 훨씬 현명한 양평군민들
국토종합계획은 국토이용관리에 관한 기본적인 방침과 고속도로 건설의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대한민국 최상위 계획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고속도로 건설은 특정지역의 이익을 위한 계획보다는 국토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그런만큼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또한, 절대로 양평군민만을 위한 사업은 아니었습니다. KDI예비타당성조사 등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서울외곽 도로 및 국도 6호선과 서울~춘천의 만성적인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KDI의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끝낸 국토부가 생뚱맞게도 노선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면서 불거진 논란 속에 일부 양평군민들이 민주당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이 애초 본질이 훼손된 채 지역사업인양 호도된바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양평군민의 64%가 정부가 당초 추진했던 원안노선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는 의미가 매우 큽니다. 전국적인 현안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양평군의 이익보다 국가 전체의 이익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번 논란의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까지 나름대로 제시한 양평군민의 여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혼탁한 시대, 정치인들을 넘어서는 시민의식이 필요
정치권에서 하루하루 쏟아지는 현안을 따라잡기도 따라가기도 힘든 혼탁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 많은 사람들은 안주거리 삼아 정치인들을 욕하며 손가락질 하기를 즐깁니다. 하지만 그들 정치인들을 누가 뽑았습니까? 결국 우리가 뽑았습니다. 물론 나는 아니다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불가피하게 공동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미국의 프리드릭슨이라는 교수는 “위임대리 받은 그 어떤 정부도 해당지역 유권자(주민)들보다 더 나은 수준일리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정치인의 의식 수준은 유권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우리 국민들도 권한과 책임의 관점에서 작금의 서울~양평고속도로 논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논쟁중에 하나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논쟁에 대해 우리 국민들도 야유나 박수를 보내는 관객민주주의가 아니라, 양평군민들처럼 현명한 의견도 내고 적극적으로 참견도 하는 참여민주주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혼탁한 시대, 정치인들을 넘어서는 시민의식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