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은 누가하나?
과거 대전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권한은 단체장, 지방의원, 고위공무원 등 소수관료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로인해 주민의 요구와 필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특정계층이나 지역에 예산이 편중되는 등 예산의 낭비와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주민참여예산제’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시민이 지역의 재정운용과 예산 편성에 직접 참여하여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다.
이런 주민참여예산제는 시민이 예산안을 제안하고, 토론하고, 심의하여, 집행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런점에서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시대 꼭 필요한 주민참여제도 중에 하나로 인식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시민의 지지와 참여가 없다면 제대로 추진될 수 없다. 특히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용하는 자치단체장이 의지가 없거나 주민참여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또한 주민참여예산제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작금의 대전광역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해 지방자치선거를 통해 대전광역시장을 비롯 단체장이 대거 교체되었다. 이들 중에 이장우 대전광역시장을 비롯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은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해 미온적이거나 또는 부정적인 것 같다.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법적 근거는 지방재정법 제39조다. 지방재정법 제39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지방예산 편성 등 예산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장 소속으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등 주민참여예산기구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의지가 없거나 주민참여에 기반한 예산편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좋은 취지로 도입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형식적으로 추진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이장우 대전광역시장이 그렇다는 말이다. 대전시는 주민참여예산 규모를 전년도 대비 1/4로 축소했다. 지난해 200억 원 규모로 운영하던 주민참여예산제를 절반으로 축소했고, 올해 3월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서 100억 원은 다시 50억 원으로 축소시켰다고 한다.
지난해 대전시는 주민참여예산제 관련 시의원과 교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토론회에 참석을 요청했는데 거절했다고 한다. 거절사유로 대전시는 토론회가 의무라고 볼 수 없다며 토론회 참석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결국 대전광역시가 멀쩡하게 운영해오던 주민참여예산을 반 토막내고 운영을 소극적으로 하는 것은 주민의 참여를 제한하고 예산편성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시민들의 여론에 의해 지난 2006년 대전광역시의회가 제정한 주민참여예산조례는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예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운용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점에서 대전시의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대전광역시가 법적 근거까지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완전히 없애진 못할 것이므로, 규모를 축소하여 형식적으로 운영한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들이 예산 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지역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과거 단체장이나 소수관료에 의해 모든 예산을 편성하던 관행을 타파하고자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관련예산을 반토막내고 형식적으로 운영한다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지방자치의 근간에 반하는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