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동네 이야기

우리사회에 부캐 열풍이 일고 있다.

by goldcham 2020. 8. 24.
반응형

 

우리 사회에 부캐 열풍이 불고 있다. 오늘날 개인주의와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평생직장이라는 과거의 개념이 점차 사라지면서 본캐를 뛰어넘어 부캐 열풍이 일고 있다.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과 일반 직장인들까지도 부캐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먼저 부캐란 유재석 씨가 유산슬 등의 다양한 캐릭터로 활동하면서 대중적으로 쓰이게 된 말이지만, 유래는 게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부캐부 캐릭터의 준말로 본(핵심) 캐릭터가 아닌 예비용으로 만든 부 캐릭터라는 의미에서 따온 말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에서의 용어를 넘어 부캐는 평상시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과 캐릭터로 활동하고 생활하는 사회적인 현상을 일컫는다. 연예인을 통해 부캐 열풍이라는 사회적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지만, 이미 연극에서 배우가 쓰던 가면을 뜻하는 멀티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통해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부캐의 의미는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비단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반 직장인들도 부캐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유튜브 활동이나 블로그 작가로, 또는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해 본인의 원래 직업 이상의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직장문화 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서 본래 직업 이외의 활동을 하는 것이 금기시되었으나, 최근에는 부업의 종류와 규모도 커지면서 재테크 활동을 통해 본업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보니,, 직장인들의 부캐 활동은 더욱더 다양해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직장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퇴근 후 대리운전이나 배달 등의 투잡을 뛰는 경우는 이미 옛말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본업 이외의 부업에 대한 관심은 금전적 이유를 넘어서 더욱더 다양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핵가족 개인 중심 사회로 바뀌면서 건강관리나 가족중심의 활동을 위해 부캐 활동을 통해 건강관리, 취미활동 등 잠재되어 있던 자아를 발견하는 활동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워라밸 실현을 위한 주 40시간이라는 근무제도의 변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직업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의 전환을 통해 만들어진 부캐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이후 언컨택(un-tact, 비대면 접촉) 사회화로의 전환에 따라 주목받는 것이 디지털화(on-tact, 온라인 접촉)와 함께 개인화로의 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점점 복잡하고 경쟁하는 다양한 사회 속에서 다중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바뀌고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자 하는 시도는 다각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부캐 열풍을 하나의 직장문화의 변화 또는 부정적인 의미로 바라보려는 시각은 도도하게 흐르는 시대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자 거스르는 것이다. 캐릭터 또는 가면을 뜻하는 페르소나가 지금까지는 하나의 가면을 쓴 페르소나를 뜻하고 있었다면, 시대변화에 따라 이제는 ‘멀티페르소나’로 바뀌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 사회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듯이 대중들도 직업관, 자아관, 생활관 등에서 멀티 페르소나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부캐 열풍 또한 익숙해진 결과물이다. 누구나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를 꿈꾼다. 여러개의 SNS 계정을 가지고 가상의 공간에서 인싸의 삶을 꿈꾸고자 다양한 노력을 한다. 어쩌면 직장에서의 내가 아닌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려는 시도이자 놀이문화로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캐 열풍의 그늘도 분명히 크다. 옛말에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이 있다.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한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듯이 부캐 활동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본캐는 물론 인생의 활력소가 되고 에너지를 축적하여 스스로 자아를 찾는 긍정적인 과정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부캐가 본캐와 공존하지 못하고 서로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면 결국엔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부캐 활동을 하더라도 근본을 잊지 않으려는 태도와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미디어 언론 속의 부캐는 본캐가 누구인지 대중들도 모두 알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일반인들의 SNS 속 부캐는 대체로 익명의 가면에 숨겨져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본캐와 부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도록 스스로 통제하고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본캐와 부캐 모두가 타인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윤리의식과 주어진 권한만큼 책임의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중도일보 2020824일자에 게재한 글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