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르다?
충남도청 이전이 임박함에 따라 이전부지 활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충남도청과 충남지방경찰청 등이 당장 이전하게된다면 현 충남도청 일대 원도심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수년동안 충남도청 이전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도, 확실한 가닥을 잡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것 또한 결코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스런 현상은 아니다. 그동안 대전시는 문화예술백화점, 창의문화지원센터, 도시 숲 공원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제시하고 논의를 해왔지만 아직까지도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충남도청 이전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활용방안을 조기에 확정짓지 못한 정치적 행정적 책임은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한다. 더욱이 이전부지 활용방안을 조기에 확정짓지 못해 생기는 지역상권 위축 등 원도심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않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르다는 옛 속담처럼, 더 이상의 정치적 무능과 행정력 부재를 탓하기 보다는 충남도청 이전부지를 확보하고 활용방안을 조속하게 확정짓기 위한 범 지역차원의 합의력과 실천력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시기이다. 아울러, 더 이상의 백가정명(百家爭鳴)식의 갈등과 증오,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논쟁보다는 토론하고 협력하는 거버넌스형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그러나… 백가정명(百家爭鳴)식 제안이 봇물을 이루다.
문제는 이런 흐름속에 충남도청의 본격적인 이전을 앞두고, 대전에서는 이전부지 활용방안을 두고 백가정명(百家爭鳴)식으로 제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일부상인들과 정치권에서는 중구청사를 매각하여 충남도청 이전부지로 이전하고, 현 중구청사에 백화점을 유치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둔산에 있는 시청을 옮기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90년대 둔산개발을 시작으로 충분한 대안없이 시청을 비롯, 검찰청, 법원 등의 공공기관을 이전하면서 발생된 원도심 지역 상인 및 주민들의 좌절감과 지난 20년간 원도심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지만, 특단의 대안을 찾지못한 대전시에 대한 불만이 극한 대안을 쏟아내는 원인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충남도청이전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도 부지 활용방안을 확정짓지 못하고 국비확보조차 못한 대전시와 정치권의 무능력에 대한 불신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더 큰 문제는 몇 달 전 염홍철 대전광역시장과 5개구청장 간담회에서 박용갑 중구청장이 충남도청 터로 중구청을 이전하고, 대신 일반상업용지인 중구청 터(1만4511m²)에는 백화점 등 대규모 상업시설을 유치하게 해달라고 공식 건의하면서, 충남도청사 이전부지 활용방안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박청장이 염시장에게 현 중구청사 매각 방안을 제안하기 전에 최소한의 타당성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했는지도 의문스럽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내년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충남도청 이전부지 활용이라는 커다란 대전시의 중요한 시책이 오락가락 행보를 거치다가 파행을 빚지는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2006년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도시철도 노선이 정치권의 선동으로 X자 축에서 순환형으로 바뀐바 있으며, 지난해 지방자치 선거에서도 민선4기때부터 본격 추진되던 대중교통전용지구 사업이 백지화되는 수모를 겪는 등 여러차례 선거국면에서 대전시의 주요시책이 파행을 맞이한바 있다. 박청장이 제안한 중구청사 이전 및 백화점 유치라는 그럴듯한 제안이 시민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최소한 타당성에 대한 기본 검토가 이뤄져야 하고 충분한 현실성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박청장의 제안은 현실성이 없어 보이고, 오히려 대전시가 역점시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충남도청 이전부지 확보를 위한 국비유치 및 활용방안을 확정하는데 혼란만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장 중구청을 매각해서 충남도청사 이전부지를 확보하겠다는 논의가 지역에서 본격화된다면 중앙정부는 아마도 이를 트집삼아 대전시나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국비지원 요구를 거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기에 중구청장은 지역 상인들이 주장하는것과 달리 발언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중구청사를 이전하고 백화점을 유치한다는데, 현실성이 어느정도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유동인구가 적지 않은 대전역사에 백화점을 유치하려해도 경제성이 없어서 입점을 하지않고 있고, 은행1지구에 롯데백화점 입점계획도 오리무중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시장 등 한쪽에서는 재래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백화점 등 대형유통매장의 입점을 규제하고 있는 마당에 충분한 타당성 검토도 없이 백화점 유치 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설령 우여곡절 끝에 백화점이 입점한다 하더라도, 백화점 입지 위치나 규모(현 중구청사 면적이 그렇게 넓지 않고 교통혼잡을 초래할 수 있다) 등을 고려했을 때 얼마만큼의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확신하기 어려운 측면 또한 크다. 그런점에서 박용갑 중구청장은 현 중구청사 매각 후 충남도청이전 부지로의 이전 및 백화점 유치라는 새로운 대안제시에 앞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4.11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마저도…
이렇게 충남도청 이전부지 활용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사이에 4.11총선을 앞두고 자유선진당 소속 권선택 후보가 충남도청사가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일제 유산일 뿐만 아니라, 원도심 활성화에도 걸림돌만 되고 있다며 충남도청철거를 공약으로 내 걸었다. 당장 문화연대 등 문화계에서는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여론몰이식 공약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필자는 권의원님의 문화재에 대한 몰이해 및 실현가능성 등을 언급하기 이전에 과연 왜 이 시점에서 대전시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충남도청 이전부지 활용방안 계획과도 배치되는 그런 공약을 내 걸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선거 국면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는 유권자들의 눈치보기식 공약난발로 말미암아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가운데, 불필요한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해야할 현역 국회의원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공약을 발표했는지 지금도 의문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몇 달전까지만해도 권선택 국회의원실 주관으로 시민토론회를 개최하고, 충남도청사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역상성을 존중한 가운데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국비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던 당사자였기에 이번 권선택의원의 충남도청 철거 주장 공약은 도무지 이해못할 처사다.
내륙거점도시간의 상호협력을 통해 이문제를 풀어보자!
충남도청 이전부지를 확보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대전 원도심의 미래와 대전광역시의 미래를 좌지우지 하는 중차대한 사업이다.
따라서, 지금은 여러 말이 서로오고가고 옥신각신하며 설왕설래할 때 가 아니라 충남도청 이전부지 확보 및 활용방안 모색을 위해 150만 대전시민들과 함께 행정부 및 정치권이 중지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현재 가장 큰 난재는 충남도청 이전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명분을 만들어 정부로부터 국비유치를 통해 이전부지를 확보하는게 핵심관건이다. 그런점에서, 오늘 토론회에서 제안된 내륙거점도시의 문화산업 특성화를 위한 국책사업 추진은 대전광역시와 대구광역시가 도청이전에 따른 이전부지 확보 및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몇가지 덧붙여 본다면, 충남도청 이전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대전 원도심 활성화 방안의 중요한 수단이 될수 있다. 그런점에서 충남도청 이전부지 활용을 위한 국책사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충남도청 이전부지 활용용도 결정시 지역주민들의 공익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지역주민과 상인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토록 했으면 한다.
더나아가 국책사업을 통해 이전부지를 국고로 받기위해서는 활용방안에서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정치권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합의안부터 도출해야 한다. 특히, 충남도청 본청사 건물의 경우 공공성을 강화하고 역사성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용도가 확정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전부지는 지구차원의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고, 원도심 활성화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며, 원도심 활성화 차원의 거시적인 접근도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