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4월 11일로 예정된 19대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국회는 아직도 선거구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9일이 사실상 마감 시한이지만 여야 정당간 밥그릇 싸움으로 아직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언론보도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선거구 획정안을 살펴보면, 국회 정개특위는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선거구를 인근 선거구로 통폐합하지 않고 경기도 파주시와 강원도 원주시를 갑·을로 나누고 세종시를 독립지역구로 신설해 지역구 의석을 3석을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3석 줄이겠다는 발상이다.
당명까지 바꾸고 혁명적인 공천으로 정치개혁의 선명성을 강조하던 이들이 자신들의 텃밭에서 인구감소로 지역구가 줄어드는 것은 거부한 채 정치 신인들의 최소한의 진출통로였던 비례대표 수를 줄이겠다는 것은 정치개혁을 역행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국회의원 비례대표는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대폭 확대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다. 나아가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대표하는 자를 선출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이 국회의 임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국회 정개특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당리당략적인 선거구획정 논의나 비례대표를 축소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게리맨더링 선거구 획정으로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헌법재판소의 3.88:1의 인구편차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이후 3:1의 인구편차를 적용 선거구 획정을 해오고 있다. 따라서 국회선거구획정위원회는 상한인구 310,181명, 하한인구 103,394명을 적용해 왔던 것이다.
물론, 기존 방식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더라도 도농간의 지역대표성이 심각하게 차별받고, 특히 대전광역시처럼 인구가 광주광역시보다 많은데도 국회의원 정수는 2명이나 적어 인구대표성이나 표의대표성을 전현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가 앞장서서 선거구 획정의 합리적인 기준을 외면한 채 당리당략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제멋대로 선거구 획정을 하게된다면 국민들의 정치불신만 초래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특히 현 정개특위 안대로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진다면 천안을 비롯 몇몇 지역의 경우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거법에 관련 전문가들로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두는 이유도 바로 정략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한 것인데도, 애초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기본 안을 완전히 무시한 채 정개특위내 여야 국회의원들끼리 완전히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을 만들려는 것도 국회 스스로 법의 취지를 훼손하려는 행위나 다름없다.
따라서, 협상과정에서 유불리에 따라 선거구를 떼었다 붙이는 게리멘더링 논란을 종식하고, 더 이상 국회의원들 스스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민주주의와 국민을 우롱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토록 하기위해서는 차제에 선거구 획정권한을 아예 국회의원들이 아닌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