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증가를 불러온 대전 도안신도시 내 중앙버스차로제를 폐지해 달라며 주민이 낸 행정소송이 제소기간 등 문제로 각하된 가운데 과연 이 사안을 제소기간에 얽매여 본안심리조차 하지 않은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소송과 관련한 논란의 지역주민들과 법원의 공방여부를 떠나,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제의 도입을 촉구했던 시민운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답답할 따름이다.
지난 2011년 대전시가 서남부권에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하기전 본인에게 자문을 구했을 때 다음과 같은 의견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도시계획 초기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설치하려는 것에 대해 기대보다는 솔직히 걱정되는 것이 한둘이 아님을 강조한바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으로는 10분당 버스 1대가 통과하는 곳에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설치하는 것은 도로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크고, 실제로 서울시가 교통혼잡도가 높은 도심부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한것과는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잘못하면 광주시가 도시계획지구인 수완지구에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했지만 주민들 반발로 철거했던 사례처럼 자칫 시민들에게 중앙버스전용차로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바 있다.
당시 서남부권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설치하면서 대전시는 장기적으로 계룡로와 연계설치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점에서 필자도 서남부권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찬성 했지만, 결국 중앙버스전용차로제의 타 노선과의 연계는커녕, 아직까지도 계룡로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설치와 관련한 소식은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이번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논란도 과거 대덕대로 자전거도로 철거,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사업 무기연기, 도시철도2호선 논란 등과 함께 그동안 대전시의 교통정책 철학의 부재 사례를 다시한번 확인한 셈이다.
대전의 도시교통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수요관리위주의 대중교통정책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수요관리는 결국 통행세를 받거나 도심진입을 막거나 하는 선진국형 정책 보다는 대중교통 수단(시내버스)을 우대하는 정책, 즉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도입밖에 없다. 서울시도 그래서 2천년대 초반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도입을 전면 확대하면서 대중교통 정책의 대표적인 성공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관련, 대전시는 이미 지난 2003년에 『대전시중앙버스전용차로 기본계획』을 수립한바 있다. 물론, 이후 각종 도시기본계획이나 도시철도기본계획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휴지보고서로 전락, 용역비만 허비했다. 주요내용을 보면, 계백로, 중교로, 한밭대로, 자양로, 도안길 등 5개구간에 총 28.8킬로미터, 총 430억을 투입하는 계획이었다. 특히, 계백로에 시범사업을 하기로 하고 총 7.3킬로미터에 117억을 투입하는 계획도 수립한바 있었다.
대전시 교통정책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도시철도 도입은 미래지향적이면서, 기타 수요관리정책이나 시내버스 등의 대중교통정책은 과거 지향적이다. 도시철도 도입의 근거를 얘기할때는 도시교통혼잡문제 등의 교통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도입하는 것이라고 외치면서,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등의 전면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시민눈치만 보는 애매모호한 대전시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이고 후진적 교통정책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서남부권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논란은 대중교통 정책에 대한 대전시의 철학부재로 초래된 일이다. 더 이상 늦기전에 대전시는 서남부권 중앙버스전용차로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당장 서남부권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철거할 것이 아니라면, 대전시가 계획하고 있는 계룡로 중앙버스전용차로제와 조기 연계하고 2030 대중교통기본계획에 포함하고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주요 간선축 노선에 조기 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