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1999년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나, 그 한계는 너무나 분명했다. 오히려 1998년 제정된 ‘정보공개법’이 기록에 대한 시민사회적 관심과 중요성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던차에 지난 2006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되면서 공공기관의 각종 기록을 체계적으로 생산 관리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권 이후 소통, 공유, 개방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기록관리 분야의 보다 지속적인 후속 노력과 공공기록물 관리의 효율성과 투명한 기록관리를 위한 노력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특히,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마저도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주로 영향을 미쳤지만, 필자가 주로 활동하고 있는 지방정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기록물 대상 및 관리를 위한 보다 능동적인 지방정부의 노력과 가시적인 성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20년간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공공기록물 관리 및 정보공개운동에 관심이 많은 필자의 시각에서 지방정부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인식수준을 살펴보면, 과거 수준에 멈쳐있거나 한치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정보공개 제도 운영과 관련 참여정부에 비해서 최근의 지방정부의 태도를 보면 매우 수동적이며 자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서 기록물 관리 및 정보공개 제도에 대한 현 지방정부의 인식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런 실태는 도시 보다는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더욱더 심하게 나타나며, 법적 소송을 통해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풀이 되고 있다.
대학에서 배운 공공철학의 기본 목적은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만들어진 규범이상에 충실하고, 부문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를 조감하는 실용적인 지혜나 지식, 그리고 원리와 원칙을 얻는 것이라고 배웠다. 즉 공공기록물관리 분야든 정보공개 분야든 시대흐름에 맞게 변화발전 되려면 끊임없는 의심과 질문, 검증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고를 찾아내고,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깨달음과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있다.
그런점에서 지방정부 차원의 정보공개 제도와 관련 몇 가지 인식 및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정보공개 요구 이전에 공공기관은 생산된 모든 정보를 가급적이면 모두 공개해야 한다. 정보공개의 목적이 <국민의 알권리 및 참여보장>과 <행정의 투명성 확보 및 부정부패 방지>, 그리고 <국민의 권익과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점과, 최근 기록 및 정보의 떠오르는 키워드가 <소통>, <공유>, <개방>이라는 점에서도 공공기관이 생산하고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해 굳이 시민이 공개를 요구할 필요없이 모두 공개하는 것이 정보공개의 목적 및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지방정부(광역 및 기초) 차원의 지방기록보존소 및 자료관 설치를 통해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운영에 예산과 인력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 현재 관련법상 할 수 있다라고만 되어 있으나 지방기록보존소 및 자료관의 설립 취지를 고려해 볼 때 법개정을 통해 의무적으로 설립토록 해야 한다.
특히, 지방기록보존소는 기록문화 창달의 중요성을 알리는 시민홍보사업, 기록관련 각종 감시활동을 통해 공공기록 및 사적기록까지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할 때만이 위로부터의 수동적 정보의 생산과 공개가 아니라 지역민들의 수요에 부합하는 능동적인 정보생산과 관리, 그리고 공개가 가능하다.
셋째, 기록물 관리 및 정보공개 범위와 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 발표에 따르면 2012년 대한민국 부패지수 세계 45위로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정보공개를 성문화한 나라인 스웨덴이나 투명한 정보공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핀란드의 사례처럼, 단순하게 공직비리와 관련한 엄격한 정보공개와 처벌과 무관용의 원칙 뿐만 아니라, 투명한 납세내역과 소득공개를 통해 부패를 방지한 사례처럼, 우리나라의 정보공개 범위와 대상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각종 정보공개에 있어서 비공개 비율을 대폭 줄여야 한다. 2013년 서울시 정보공개 공개비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지만, 총 생산문서 대비 공개비율은 서울시 마저도 68% 밖에 안되고 전국평균 72%에 머물고 있는게 현실이다.
특히, 정부 및 지방정부 공히 자신들과 관련한 예민한 정보나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될 정보에 대한 공개비율은 더더욱이 낮다. 앞에서는 정부3.0을 떠들어대고 있지만 실상은 정부1.0에 머물러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종 정보공개에 있어서 비공개 비율을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다섯째, 박근혜 정부는 얼마전 정부3.0 비전을 선포하고,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기관별 정부3.0 추진계획을 수립해 과제를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이런 정부의 방침에 대해 지방정부도 잇따라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추진목표 조차도 불명확하고 세부 내용은 기존에 있던 것을 짜 맞추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3.0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우선적으로 정보와 데이터의 공개와 공유 업무를 전담할 조직과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통합 제공 등 정부3.0의 일부 중점과제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 주도로 실천되는 것이 마땅한데도 여전히 위로부터의 성과내기식 국정운영의 한 부문으로 취급되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정부차원의 강화된 직속팀도 필요하지만, 이를 추진하기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별도의 조직과 인력재편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박근혜 정부의 정부 3.0 구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과제 또한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애초 구상대로 잘 될지도 의문이다. 이유인즉 박근혜 정부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당장 일방향의 정부1.0을 넘어 쌍방향의 정부2.0을 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3.0 시대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정부3.0이 아니라, 이참에 내실을 기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정부3.0 구상의 목표는 담대하고 미래지향적인데 인식은 옹졸한 정부1.0에도 못미쳐서는 안될 것이다. 당장 정보 공개의 기준이 정부의 편의와 필요가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계획안에서 법령상 비밀이거나 국가안보, 재판, 사생활보호 등과 관련된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 점이 혹시 이를 위한 핑계가 되지 않을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히 정책이나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자료를 공개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책의 수립부터 집행과정의 문제점, (지방)정부기관의 잘잘못을 빠짐없이 파악할 수 있는 자료들도 가감 없이 기록하고 관리하며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저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사건 은폐,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비리 의혹 등 정확하고 빠짐없는 정보공개로 이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욱이 이런 모든 대 원칙이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나 그 산하 기관, 도시지역 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에 이르기까지 공공기관 모두에게 해당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믿을 구석이 정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특별시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정보소통정책의 혁신 사례가 널리널리 유포되어 정부3.0의 성공을 견인하고 지방정부의 기록관리와 정보공개 시스템에 일대 혁신의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서울특별시 정보공개워크숍 토론문(2013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