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금홍섭 정책위원장이 세종에 보내는 제언
“항상 시민단체의 의제는 보통 시민들의 눈높이보다는 더 앞선 진보적인 주장을 하되, 활동만큼은 특정정파의 유·불리를 떠나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성이 필요하다.”세종참여연대 출범에 맞춰 이웃도시 대전 시민운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금홍섭 대전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 제시한 조언이다. 지난 2월 정기총회를 통해 사무처장에서 정책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금 위원장은 “대전참여연대가 지난 20년간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하지 않는 재정독립으로 시민 다수에게 공감 받는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금 위원장에게 막 태동하기 시작한 ‘세종시 시민사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아직 세종시 출범 초기이다 보니 모든 것이 미비하다. 정부부처 이전이나 아파트 등 주거지역 개발은 정부와 LH의 프로세스에 의해 진행되고 있지만, 개발논리 위주로 가다보니 권력 감시, 환경, 노동 등의 가치가 다소 뒤로 밀리는 모습이다.
“대규모 난개발에 따른 우려, 지역 간 갈등문제, 그리고 감시와 견제시스템 부재로 인한 비정상적인 지방자치, 지방정치의 왜곡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특히 ‘외자유치, 국비유치, 지역개발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줄 지역사회의 건강한 견제와 감시, 공론형성 시스템이 없는 게 문제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시민 눈높이 맞는 공정성 필요”
-세종참여연대가 시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권력감시 기능을 우선과제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지방권력에 대한 감시, 왜 중요하고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강한 단체장, 약한 지방의회 구조’라는 지방자치의 한계 속에서 광역자치단체와 단체장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조직운영 및 재정적으로 독립되어 있는 시민단체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세종시에 속속 들어올 정부 중앙부처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건강한 시민사회단체가 커 나갈 필요가 있다.”
-‘원도심 공동화’는 개발 불균형이 존재하는 대전 등 전국 대다수 도시에 존재하는 문제다. 세종시 역시 행정도시 위주의 개발이 이뤄지다보니 조치원 등 원도심 주민의 불만이 크다. 주민통합을 저해할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어떤 해결책이 있겠나?
“세종시 내부의 도시균형발전 정책이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정책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때문에 실효성 있는 시책을 발굴하고 재정투자 계획을 선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만, 행정도시라는 세종시의 성격을 망각한 채 과도하게 소지역주의적이고 정치적인 구호를 내세운다거나, 실현 불가능한 정책을 내세우는 일은 불필요한 갈등과 증오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시민참여, 유기적 연대가 과제”
-앞으로 세종참여연대가 주로 어떤 의제를 다루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활동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우선 세종시와 시의회, 그리고 교육청 등 산하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이 중요하다. 정보공개운동, 예산감시운동, 행정 및 정책감시운동 등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세종시는 말 그대로 특별한 자치시다. 세종참여연대는 옛 연기군민들의 행정도시 사수투쟁의 성과와 정신을 이어받아, 행정도시의 정상건설과 지방분권, 분산, 균형발전 정책이 국가정책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끝으로 세종참여연대가 세종시 첫 자생조직인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지속가능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재정독립을 위해 최소 1000명 이상의 회비납부 회원이 참여해야 한다. 그 밖에도 서울이나 대전, 충남북 시민사회단체와 유기적인 연대가 절실해 보인다.”
-원론적 질문이지만, 시민의 힘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나. 세종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세종시민이 뭉치면 작게는 제대로 된 세종특별자치시를 만들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 최고의 명품 행정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행정도시를 지향하되 공동체와 이웃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있던 과거 연기군의 정신을 이어받는다면 세종시 미래가 밝을 것이라 확신한다.”
세종포스트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