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비자금 문제가 대선전 큰 사회적 이슈로 연일 언론에오르내리고 있다. 삼성이 그동안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검사 등 고위관료들에게 로비자금으로 사용되었다는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세상을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임에 틀림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안타깝게 생각되는 것은 우리사회에 만연된 부패불감증이다. 처음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찾아가 양심선언을 했을 때만해도 정치권은 물론, 언론으로부터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쩌면 다수 국민들 조차도 사실관계를 의심하거나, 검찰 스스로 이문제를 본격 수사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었을는지도 모른다.
관련 협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상당한 자료가 양심선언을 통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차일피일 수사를 미루었고, 보다 못한 시민단체가 삼성 이건희 일가의 각종 불법행위 등의 범죄사실을 들어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자, 검찰은 한술 더 떠 불법로비를 받은 검사명단을 제출해야 수사팀을 구성할 수 있다는 나약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통해 검사명단을 공개하는 등 계속 연타를 날리고 정치권에서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하자, 그제서야 검찰에서도 독립적인 수사팀을 꾸리겠다며 뒷북을 치는 웃지못할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삼성이라는 재벌 앞에 선 우리사회의 부패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듯 싶다. 삼성비자금 문제와 관련한 검찰의 미온적인 태도는 삼성편향적인 검찰의 직무유기나 다름아니다. 더나아가 초록이 동색이라고 삼성비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앞 다퉈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신중할 것을 주문하고 나서는 것 또한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꼴이다. 부정부패 문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우리사회의 일부 잘못된 자화상을 드러낸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밝힌 부패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43위로 OECD국가중에 꼴찌, 아시아권 국가중에도 일본, 대만 보다도 뒤처지는 순위라고 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부국이라는 IT강국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이건희 일가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덮어두거나 그냥 넘어가야할 일인가? 부패야 말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우리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최고의 공공의 적이라고 본다.
아무리 삼성이 생존과 성장을 위한 발버둥 차원에서 불법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저질러 졌을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이 언제까지 비자금을 조성하고 로비를 통해 글로벌 기업 삼성을 지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 부패 불감증이 국민기업 삼성을 용서할지라도 비윤리적 경영에 기반한 글로벌 기업 삼성은 세계가 용서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