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벽두부터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시작은 기획예산처가 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한 ‘대전도시철도 2호선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수익-편익지수(BC)는 1이하인 0.73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아직 대전시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는 않았지만, 건설비 가운데 60%에 이르는 국비지원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어 도시철도 2호선은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시는 이에 따라 노선변경후 재신청, 대체교통수단 도입, 급행버스체계(BRT) 도입 등의 후속방안을 놓고 고심중에 있는 가운데 시의회를 중심으로 도시철도 건설을 강행해야한다는 의견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체교통수단으로 BRT를 건설해야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예비타당성 조사가 부적합 판결을 받은것과는 반대로 광주시는 “고가형 경전철”로 확정해 한시름 덜어 느긋해 보이지만 사정은 그렇치 않다. 광주 시의회와 시민단체가 막대한 재정부담과 도시경관 저해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대전 못지않게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예타조사 부적합 판결은 이미 예상되었던 것
사실 기획예산처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 판결을 받은 것은 이미 2004년 도시철도기본계획 변경안을 만들때부터 충분히 예상되었던 것이다. 대전시는 2020년 통계청 인구예측치(175만명) 보다도 23만명이나 많게 예측을 한것은 물론, 1호선~3호선 이용인구를 100만명 이상으로 과도하게 예측하는 등 다른 도시의 사례에 비추어봐도 과도한 수요예측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도시철도(경전철) ㎞당 건설비용도 유사 사례(650억 이상)에 비추어 터무니 없이 적은 49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해 도시철도 건설의 타당성만 강조하기 위한 부실용역이라는 지적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로부터 받은바 있다.
지하철 또는 경전철은 도시교통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되는 것이지, 건설 그 자체가 1차적인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점에서 대전시는 지하철 1호선에 이어 도시철도 2호선까지 인구 및 수요예측을 부풀려 건설 타당성을 높이려 했다는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가 비단 대전시만의 문제는 절대 아니다. 지하철 건설과 관련한 용역과정에서의 이런 문제는 이미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타도시 사례에서도 확인된바 있다. 지하철 건설을 위한 이런 명목적인 부실용역은 지하철 개통이후 운영적자를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왜 지하철을 건설하면 건설할수록 운영적자는 커지는 것일까?
대전 지하철 1호선 건설에 2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재원과 10년이 넘는 공사기간이 걸렸다. 이로인해 대전 시민들이 겪어야 했던 불편과 고통또한 만만치 않았다. 시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굴레 속에 겨우 반쪽 개통된 지하철 1호선에서 현재 300억원이 넘는 운영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1호선 전구간이 개통되면 매년 500억 내외의 순수 운영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전지하철 1호선은 하루 3만5천명이 이용하고, 하루 평균 수익금은 겨우 2천2백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2조원을 투입해서 만든 지하철이 5일을 겨우 운행해야 지하철공사 사장 연봉을 벌 수 있다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지하철의 이런 이용율이라면 841번과 같은 시내버스 노선 2개 정도밖에 안된다.
그럼 처음부터 이런 예산을 했을까? 절대 그렇치 않다. 지난 1995년 대전시가 만든 지하철 1호선 용역 보고서를 보면, 1호선이 개통되면 하루 이용율이 1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으나 막상 1호선 전구간이 개통된다해도 하루 5~7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하철 1호선 시간당 수송인원이 2천명에도 못미친다. 도시 교통수단으로 지하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시간당 수송인원이 2만5천명은 되어야 하는데 현재 수준으로는 절대 기준치에 못미친다.
일부 찬성론자들은 도시철도 1호선을 개통한 만큼, 2,3호선은 반드시 건설해야 1호선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을 각각 건설운영하고 있는 대구시와 부산시의 경우 올해만도 8백억원과 1천2백억원에 이르는 운영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대구시의 경우 지하철이 추가 개통되는 만큼 전체적인 적자폭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2호선 개통 전 350억원이던 운영적자가 지난해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교통카드가 없을때는 특정 지점을 통한 환승이 불가피 했지만, 지금은 교통카드 한 장이면 시내버스간, 시내버스와 지하철간 원활한 환승이 가능하다. 지하철 1호선과 시내버스간 환승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시철도 2호선을 건설한다 하더라도, 환승을 통한 지하철 1호선 경제성을 회복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대중교통 수요가 없는 가운데 첨단교통 수단인 도시철도를 건설한다 하더라도 예상만큼의 수요가 창출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내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 수단 이용율이 매년 격감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가 도시철도 2,3호선을 아무리 건설하여도 도시철도 수요는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고 도시교통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이다.
대전시, ‘지하철’ 때문에 투자할 ‘돈’이 없다?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 또한 대전시 재정운용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전시는 지하철 1호선 건설로 인해서 건설 부채 7천억원을 2010년까지 갚아야 하고, 2007년도 대전시 교통예산 3천7백억원 가운데, 지하철 등 교통부문의 적자보전 및 지방채 상환, 지원 등의 공적부조로 2천5백억원이 넘는 예산이 허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하철 부채상환 및 적자운영 보조금액만도 1천6백억원에 이르면서, 주차 도로건설 및 관리예산은 상대적으로 매년 격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전시는 무리한 지하철 건설비용 조달과 부채상환으로 말미암아 사회복지, 문화 등 시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예산편성을 전혀 못할 지경에 처해 있다.
지금 당장, 도시철도 2호선을 곧바로 추진한다해도 비용이 없어서 추진 못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시의회를 비롯해 추진론자들은 그래도 해야한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남발하고 있다. 매년 대전시 예산가운데 지하철 부채상환 등 3천억원에 가까운 공적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마당에, 도시철도 건설비용 2천억내외를 신규로 조달한다면 대전시 재정은 파탄 지경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시내버스 활성화는 도시철도 도입을 위한 준비단계?
따라서, 지하철 1호선과 연계망을 시내버스중심으로 구축하고, 시내버스의 가장 큰 문제인 속도와 정시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등 급행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의 버스개혁을 단행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적정 수요가 있을 때 도시철도 2,3호선을 건설해도 전혀 늦지않다.
대전시 대중교통 이용율이 매년 전국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교통혼잡비용은 04년도 기준으로 9천4백억원이 넘어서고 있다. 도시철도의 오랜건설기간도 문제지만, 개통하면 그때부터 또다시 엄청난 운영적자가 불가피해진다.
일각에서는 지하철 1호선 만들었으니까, 연계교통망 구축을 위해서는 도시철도 2,3호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도 그런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1호선 개통에 이어 곧바로 지하철 2호선을 개통했지만 지하철이 추가 개통되는 만큼 전체적인 적자폭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호선 개통 전 350억원이던 연간 운영적자가 2006년도에는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부산시의 경우 운영적자만도 1천억원이 넘고 있는 실정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승용차 중심의 도시교통정책을 근간으로 하면서 대중교통 수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송분담율을 보이고 있는 시내버스 이용율이 매년 격감하는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들어 시내버스 준공영제 등을 대전시가 적극 도입하고 있으나, 시내버스의 본질적인 문제인 속도 및 정시성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정책이라기 보다는 재정보조 확대를 통한 운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단에 그치면서, 재정난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속에서 지하철이 아니라 그보다 우수한 교통수단을 공급해도, 승용차 중심의 도시교통 운송 패턴을 전환시키는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지하철 1호선은 기존 시내버스 또는 급행버스시스템과 연계하고, 가장 짧은 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내버스중심의 특단의 활성화 방안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도시철도 중심의 대중교통 정책을 대전시가 고집하면 할수록, 도심 교통문제 해소는 커녕, 시내버스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은 몰락할 수 밖에 없다.
지하철같은 시내버스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도시철도 2호선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단기간에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시내버스중심의 특단의 활성화 방안을 도입한후,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적정수요가 있을때 도시철도 또는 경전철을 검토해야 한다.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적대적인 교통수단이 아니다. 시내버스를 활성화 하면 지하철 1호선 이용율도 높아진다. 택시이용객도 늘어나 택시산업도 활성화 된다. 문제는 시의원 및 공무원분들 가운데 많은분들이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서로 적대적인 교통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먼저, 대전시는 그동안 지하철, 도로 등 공급위주의 교통정책에서 이제는 수요관리위주의 교통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대중교통 수단 가운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매년 이용율이 떨어지고 있는 시내버스를 활성화 해야 한다.
버스문제의 핵심은 속도문제와 정시성 문제다.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저상버스등 고급버스를 전면 도입하고, 냉난방이되는 전용 승강장을 만들어 버스에 대한 대시민 서비스 수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 그런 다음, 적정 수요가 나오면 그때가서 경전철이든 지하철이든 교통수단을 선택해도 전혀 늦지 않다.
지하철이나 경전철이 가장 우수한 대중 교통수단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건설비용, 건설시간, 적자운영 등으로 시민부담이 매년 커진다는 점에서 지하철이나 경전철은 분명 한계가 크다. 더욱이 시내버스 활성화 없이 도서교통문제를 해결한 도시가 없다는 점에서 특단의 시내버스 방안을 우선 모색하고, 적정 수요가 달성되면 그때가서 도시철도를 도입해도 늦지않다.
지하철 같은 시내버스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기를 대전시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