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대전에서는 천둥‧번개와 함께 100밀리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인명피해를 비롯 정림동 등 몇몇 낮은 지대가 침수되는 등 많은 비 피해를 입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날이 밝으면서 비가 그치고 하천수위도 낮아져 더 이상의 피해는 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전의 비 피해 소식은 아침부터 방송과 포털 등을 통해서 비중 있게 다루면서, 대전시민들뿐만 아니라 전국민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인즉 그동안 재해가 거의 없었던 대전에 엄청난 폭우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다들 놀라워하는 것 같습니다.
타 지역에서 재난‧재해가 발생 할 때마다 저 주변의 어르신들은 “대전은 재난재해가 없어서 살기 좋은 도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19세에 대전에 와서 35년여를 살고 있지만, 그동안 기억에 남는 재난‧재해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국민안전처의 ‘2015 재난연감’과 ‘2015 재해연보’를 보면, 대전은 전국 16개 시도(세종 제외) 가운데 도로교통, 화재, 익사, 추락사고 등 사회재난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재산 피해액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20년 동안 대전 지역 사회재난 사망자는 105명으로 전년(129명) 대비 19% 줄었습니다. 특히 풍수해, 폭설, 지진 등 자연재난에 의한 사망자 역시 20년 동안 대전에서는 2명에 불과해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적었습니다.
대전이 재난·재해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도시가 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대전시가 그동안 재난·재해 정책을 잘 만들어 펼쳤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고, 대전 시민들 스스로 안전대책을 잘 마련했기 때문에 안전한 도시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대전이 재난·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된 가장 큰 배경에는 자연·지리환경 등의 요인이 가장 컸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대전의 지형부터 살펴보면 대전분지(한밭 또는 大田) 주변으로 보문산, 식장산, 계족산, 금병산, 빈계산 등이 둘러싸고 있으며, 갑천과 대전천, 유등천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어 많은 빗물을 받아 북쪽(신탄진)에 접하고 있는 금강으로 흘러 보내고 있는 지형입니다.
특히 대전은 분지로 지형이 형성되어 있으나 그 면적이 크지 않으며, 하천을 따라 일부 저지대(대전천변, 유등천변 등)가 형성되어 있으나 대부분 하천과 산 사이에 완만한 산록완사면(50~200m)이 발달되어 큰 비가 오더라도 많은 수량을 빠르게 하천을 통해 흘러 보낼 수 있기 때문에 홍수피해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균기온은 대구,부산,광주,서울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서늘하고, 강수량이나 습도, 일조시간에서도 양호한 데이터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전의 대기는 미세먼지 농도가 우리나라 7대 도시 중에 가장 낮아 기후 환경측면에서도 대전은 살기 좋은 지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난‧재해와 관련한 자연·지라환경을 대략 살펴본 결과 대전이 상대적으로 타 광역도시와 비교해서 살기좋은 도시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연·지리환경 측면에서 대전이 안전한 도시라 하더라도, 이번처럼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으면 재해·재난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테면 정림동 저지대 지역의 경우 오래전부터 폭우로 갑천의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침수되던 지역이었습니다. 어쩌면 사전 예방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대전의 중심지를 관통하고 있는 갑천 유등천, 대전천의 경우 각종 교각 및 시설물 설치로 인해 범람 등의 유수관리에 심각한 문제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경우 처럼 더 많은 폭우가 내렸거나 지속되었다면 범람까지도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점에서도 재해·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대전을 만들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합니다. 이번 기회에 저지대를 중심으로 상습침수지역, 하천, 지하차도, 배수구 및 하수구, 펌핑장 등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관리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노잼 도시 대전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겠지만, 재해·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대전만큼은 바뀌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러분, 동의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