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창시절 공부가 재미 있어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했던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필자 역시 공부를 아주 싫어하진 않았지만 재미있어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선생님과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남들이 가는 대학진학과 취업을 위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주변에 퇴직을 앞두고 있는 분들께 향후계획을 조심스럽게 여쭈면 적지 않은 분들이 그동안 못했던 취미활동이나 공부나 좀 해볼까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가정을 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창시절 도외시했던 공부를 한다는게 말처럼 그리 쉽지않아서 하는 말일 것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대전시민대학에는 매주 500여개의 강좌에 8천여명의 학습자분들이 찾아오고 있다. 학습자들을 연령대별로 구분해보면 50대, 60대, 40대 순으로 은퇴전후 학습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분들중에는 음악, 미술, 요리 등 취미·교양·인문학을 공부하시는 분들도 있으며, 일부는 어려운 학문영역 또는 자격증에 도전하시는 분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인생경륜이 쌓인 이후 나이 들어서 하는 공부는 학습자분들에게도 매력적인 아이템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습자뿐만 아니라 강사분들에게도 큰 보람과 자부심을 갖게 하고 있다. 대전시민대학에 등록된 550여명의 강사 분들 중에 대학을 퇴임하고 이곳에서 강사활동을 이어가고 계신분이 20여명 남짓 된다. 이분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대학생들을 가르치는것과 달리 나이먹은 학습자분들을 가르치는데 더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신다고 말씀하신다.
나이 먹어서 하는 공부에 흠뻑 취한 학습자분들의 열정과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몇몇 분들은 나이 먹어서 하는 공부와 새로운 관계형성을 통해 그동안 쌓인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있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쩌면 나이 들어서 하는 공부가 직장생활 또는 노후 생활의 매력적인 아이템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 역시 지난 2014년 시민단체를 그만둔 후 이곳 시민대학의 유화반을 다니면서 어릴적부터 가졌던 화가의 꿈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는 소중한 기회를 갖기도 했다.
대전시민대학 강좌는 학습자가 10명이상 모일 때 개설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암기식 수업 또는 주입식의 억지 수업으로 이루어진다면 절대로 개설되지 않을 강좌가 수두룩하다. 동서양의 역사와 철학사상, 그리고 수필 소설 등 100여개가 넘는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비롯,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직업교육과 외국어 강좌, 기타 각양각색의 다양한 취미교양 강좌들이 그렇다.
어릴 적 제도교육을 받을 당시에는 밤새도록 외우고 공부를 해도 시험이 끝나면 금새 잊어버리고 재미없었던 수업들이 나이를 먹어 대전시민대학에서는 하는 공부는 재미있단다. 그게 모두 억지공부 주입식 공부였기 때문이었지 않을까 싶다. 나이 들어서 하는 시민대학에서의 공부는 주입식도 아니고 강제로 외우지 않아도 되고,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이루어지는 공부이다 보니, 강사와 학습자간에 서로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공부의 재미를 서로가 깨우치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민대학에는 1주일에 3~4번씩 많은 학습자분들이 참여하는 시민특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제법 큰 강당에 100~250여명이 학습자분들이 특강에 참여하는데, 이분들의 눈과 귀는 항상 강단에 선 강사를 향하고 있으며, 심지어 주무시는분들 한명 없을 정도로 수업은 매사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또한 자발적으로 학습에 참석하고 대충 공부해도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나이들어하는 공부가 모두 수월한 것은 아니다. 노안이 찾아와 책을 보고 읽기에도 쉽지 않고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어렵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공부한다고해서 지식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대체로 과제물이 없어서 학습자 주도로 해야하는 나름의 책임도 크다.
그렇지만 그래도 나이 들어서 하는 공부가 다들 즐겁고 행복하단다. 공부가 즐거운 분들이 더욱더 많아져서 평생교육이 ‘시민대학’ 담장을 넘어 대전시내 전역으로 확산된다면 대전지역 공동체는 더욱더 건강해지고 시민들의 삶은 풍요로와 질 것이라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