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잔한 검찰의 특활비 공개
어제(2023년 6월 23일) 검찰이 그동안 단 한 번도 공개한 적 없었다던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내역을 법원판결에 따라 ‘세금도둑을 잡아라’ 등 시민단체에 공개했다.
그런데 특활비 공개하랬더니 1만71만 7천 쪽을 복사해서 공개했다고 한다. 도장문화에 푹 빠져있는 일본도 아니고, 파일로 공개하면 국민 누구나 금방확인이 가능할 텐데, 왜 수고스럽게 복사해서 공개했을까?
이미 정부부처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거의 대부분의 기관들이 업무추진비는 물론, 특활비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이번 공개는 늦어도 너무 늦은 조치다.
특활비라고 해서 내 맘대로 쌈짓돈 쓰듯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특활비 예산편성지침에 따르면 수사, 기밀유지가 필요한 정보나 수사 등의 특수한 활동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쓰도록 되어 있다.
검찰의 특활비 공개논란을 보면서, 필자가 시민단체 활동가로 있을 때 했던 대전광역시장을 비롯 기관장 판공비공개운동을 할 때가 생각났다.
1999년에도 복사본으로 공개했었지!
1999년도에도 복사해서 공개했었지!
필자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을때였던, 1999년 9월 14일 처음으로 대전광역시장을 비롯 대전지역 19개 기관장에 대한 업무추진비 공개를 정보공개청구 한바 있었다.
당시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던 분위기가 아니어서, 대전시 등 기관장들이 비공개하면 소송을 염두해두고 정보공개 요청을 했었다.
그런데 너무쉽게 공개를 해주었다. 업무추진비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공개한 곳이 대전광역시였다. 당시 대전시는 97년부터 99년까지 총 11억이 넘는 업무추진비 공개하면서, 증빙자료로 영수증을 지금의 검찰처럼 복사형태로 공개했다.
대전시가 업무추진비를 공개하자 다른 기관들도 잇따라 공개하기 시작했다. 당시 내가 일하던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실에는 복사본으로 공개된 업무추진비 내역이 박스체로 가득쌓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전시장 업무추진비 영수증 룸쌀롱 ‘껄떡새’
그중에 하나가 당시 대전의 유흥가로 유명했던 유천동에 위치한 룸쌀롱 ‘껄떡새’라는 상호가 발견되었다.
급하게 대전시에 확인해 봤더니, 대전시 담당자의 해명은 시장이 중앙일간지 기자들과의 저녁 겸 간담회를 끝낸 후, 시장은 관사로 퇴근하고 기자들만 시장의 법인카드를 들고 2차를 간 곳이 바로 ‘껄떡새’라는 룸쌀롱이었던 것이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였지만, 당시 당사자였던 중앙지 지방지 모두 기사화하지 않았다.
대전시장이 업무추진비를 전국 광역자치단체장들 중에 가장 먼저 공개하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판공비공개운동은 봇물을 이루었고, 정보공개법에 따라 법원의 공개판결이 이루어지면서 이후부터는 업무추진비는 아예 홈페이지에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지금도 수많은 자치단체 및 기관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기장장 업무추진비는 정기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곳도 많다.
가장 늦게까지 특활비 명목의 예산을 편성한 곳도 대전시!
검찰 같은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과거 특수활동비 명목의 업무추진비가 편성되고 집행된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예 편성하지도 않고 그런 명목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대전광역시도 2013년도까지 특수활동비 명목은 아니지만 업무추진비 중에 그런 명목으로 영수증 증빙 없이 쓸 수 있는 예산을 편성하여 시장이 주로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어, 담당공무원이 징계처분받으면서 이후부터는 대전시도 특활비 관련 예산은 편성하지 않고 있다.
결국, 대전시는 전국에서 가장 늦게까지 특활비를 편성하여 사용하다가, 감사원 적발 이후 특활비를 폐지한 것이다.
스웨덴, 34만 원 치도 공사구분 못하면 OUT!
청렴선진국인 스웨덴의 사례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1995년 '모나 살린'(Mona Ingeborg Sahlin)이라는 부총리가 공공카드로 34만 원어치 규모의 선물을 사서 조카 한데 선물했다가, 국민들로부터 공사구분을 못했다면 질책을 받아 결국 부총리직도 그만둔 사례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문제도 안되고 뉴스에도 나오지 않을 해프닝 수준이다. 하지만, 스웨덴 국민들은 작은 돈이라도 나랏돈과 개인 돈을 구분할 줄 모른다면 공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공사구분의 대원칙’을 강조했다.
스웨덴이 청렴선진국이 된 것은 이처럼 공직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