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의 지역정치 특성
지역정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역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정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의 지역정치의 가장 큰 특성은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형성·작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주의는 한국정치와 지역정치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서, 영남의 경우 ‘패권적 지역주의 정치’가 나타나고 있으며, 호남의 경우 ‘저항적 지역주의 정치’, 충청도의 경우 영호남 지역주의에 반대급부적인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충청권의 경우 지난 2002∼2006년 지방선거 이후 지역정당의 몰락으로 지역주의 정치는 대전-세종-청주-천안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약화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충청권 지역주의는 주요한 선거 담론 중에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둘째, 정당정치가 제대로 안착되지 못한 가운데, 정치권력 관계망을 통한 중앙정치의 지역정치에 대한 개입(지배)이 쉽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전히 지역정치는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있다. 이는 지방자치의 자치권과 자율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각종 선거 국면마다 공천권을 빌미로 중앙정치권의 ‘내 사람 심기’가 노골화되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의 중앙정치에 대한 견제와 감시와 같은 효율적인 통제는 최근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르기까지 난망해 보인다.
셋째, 지역정치의 보수화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앙정치의 지역정치 지배구도가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지역정치의 보수 독점화는 지속되고 있으며, 각 정당 소속 지역정치인들 간에도 이데올로기적 차별성을 찾아 볼 수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치권력 관계망’과 ‘연줄망’을 통한 지역정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아직까지 전문성과 정치적 가치를 중심으로 지역정치로 포섭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넷째, 지방토호세력에 의한 지역정치 지배문제도 심각한 지역정치의 문제 중에 하나다. 지역정치의 보수화는 쉽게 지역의 토호세력과 정치적 연대를 하게 되고, 이들은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연줄 망을 통해 지방정부와 지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들 연결망이 촘촘하고 집중화될 때 이들은 각종 지역현안과 관련한 정책결정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력과 지배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이런 연줄 망을 토대로 광역(기초)단체장이 과도한 권한과 권력을 갖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올바른 지방자치제 실현과 지역사회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섯째, 한국의 지역정치의 변화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변수 중에 하나인 후기산업사회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는 것 또한 지역정치의 공통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국내 총생산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감소하고 고용에 있어서도 서비스산업 비중이 증가추세를 보여, 노동계급의 감소와 신 중간 계급의 증가라는 계급구조의 변화로 이어져, 한국 사회도 기존 개발, 성장, 안정 등의 물질 중심적 가치관이 아닌 환경, 삶의 질, 참여, 인권, 자유 등의 탈 물질주의적인 후기산업 사회적 가치관이 확산 흐름을 보이는 것은 지역정치의 긍정적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가 되고 있다.
2. 대전, 대구, 광주 지역정치의 특성
대전, 대구, 광주지역의 지역정치 특성을 살펴보고자하는 일차적 목적은 각 지역정치의 특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여 특정한 조건을 규명하는 것이 아닌, 지역 NGO의 활동 역량을 규명하고, 이런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정치의 보편적인 조건과 맥락을 살펴보는데 있다. 대전, 대구, 광주 지역정치 특성과 관련한 기존 연구에 대해 검토한 결과 한국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정치 특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전, 대구, 광주 지역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특수한 지역사회 환경과 관련한 조건들을 중심으로 세 지역의 지역정치 특성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대전 지역정치 특성
최근 들어 대전을 중심으로 충청권 지역정치가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06년을 분수령으로 충청권 지역정당이었던 자유선진당이 몰락하면서, 대전지역을 중심으로 충청지역정치가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 등 대형 지역이슈가 사라지면서 그동안 지역정치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실리적 속성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또한 양당구도와 ‘여촌야도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충청권 지역정치가 수도권화 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대전-세종-청주-천안 벨트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징조이지 충청권 전체로 해석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부터 최근 20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대전, 충남 유권자들의 표의 흐름을 보면 표의확장성이 보수에서 진보성향으로 서서히 변화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변화 흐름을 만들어낸 배경에는 기존 충청권 지역주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충청권 지역주의는 애초부터 영호남 지역주의에 반작용 심리 성격이 강해 지역주의 자체가 그리 강하지 못했다. 매번 선거 때마다 표의집결이 약했으며, 반면 표의유동성이 매우 컸다. 그에 따른 선거결과도 실리적이고 전략적인 경향을 보였으며, 이념적 성향 또한 매우 낮게 나타난바 있다. 이런 지역정치 특성이 최근 대전-세종-청주-천안을 중심으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지역정치의 변화 흐름은 지역정치 지형과 시민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역정치 권력에 균열을 만들어내고 지역NGO는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2) 대구 지역정치 특성
대구 지역정치의 가장 큰 특성은 호남 지역주의와 구별되는 패권적인 지역주의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새누리당) 있는 패권적 정치성향은 보수적인 정치성향으로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패권적이고 보수적인 지역정치 특성은 유교문화의 전통과 집권세력의 수혜지, 연고중심의 강력한 연결망, 폐쇄적인 지배구조, 지역출신 비중이 높은 특이한 인구구성, 낙후된 산업기반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런 대구 지역정치의 특성은 지역사회와 지역NGO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일당이 지역 정치권력을 독식하는 지역정치 구조는 감시와 견제, 참여민주주의가 실종되고, 각종 부정부패와 지역정치의 파행과 폐해로 정치, 경제, 문화, 복지 등 지역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다음 2절에서 확인되듯이 지역NGO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보수화된 지역정치에 의해 진보적인 시민운동의 의제도 배제되는 경향이 커지면서, 지역NGO의 활동 공간마저도 위축 될 수밖에 없다.
3) 광주 지역정치 특성
셋째, 광주 지역정치의 가장 큰 특성은 1980년 5월을 기반으로 형성된 ‘저항적 지역주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매번 선거 때 마다 나타나는 특정정당과 특정인에 대한 몰표현상은 지역정치를 중앙정치에 쉽게 종속시켜 버렸으며, 특히 지역정치에 대한 정당차별성과 이념차별성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런 결과는 지역정치 발전과 지방자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특정 정당과 세력의 지역정치 독식은 올바른 지방자치 실현과 지역민주주의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지역 시민사회와 NGO활동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지역토호세력과 연합한 지역 정치권력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비판은 거세었지만, 저항적 지역주의가 중앙정치권의 견제 정치세력이라는 점 때문에 선거 때마다 또다시 몰표를 던져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동안 광주지역에서 진보적 헤게모니의 확장을 통해 지역정치를 바꾸려는 시도들은 꾸준히 있어 왔으나, 보수화되어있는 지역정치 세력을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특히 광주지역의 경우 1990년대 지방자치제 이후 지역의 일부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이 제도권 정치로 참여하면서 지역NGO내에 분열을 가속화 시킨 것은 물론 광주시민의 시민운동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시민운동 세력의 지역정치와 지방정부에 대한 주도권과 통제권은 상실되고, 지역정치의 주변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상에서 대전, 대구, 광주지역의 정치특성에 대해 대략적으로 조망해 보았다. 앞에서 살펴본 역사적 제도적 맥락의 한국정치의 특성이 지역정치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었으며, 대전, 대구, 광주의 지역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특수한 지역사회 환경과 융합되면서 큰 차이는 아닐지라도 세 지역의 지역정치 특성은 서로 상이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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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찬 외(2012).「대전사회론」. 대전:대전발전연구원. pp.327∼377.
* 본 원고는 금홍섭(2016)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관련내용을 발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