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남고속철 KTX 서대전역 경유 논란
또 하나의 고속철인 KTX호남선이 오는 3월 개통을 앞두고 ‘KTX 서대전역 경유’ 논란으로 충청, 호남권이 뜨겁다. 개통일이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지역간 갈등 보다는 해당지역민 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해법제시가 중요해 보인다.
먼저 충청권과 호남권에서 나오고 있는 논란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대전을 비롯 충남도의 경우 기존 호남선 KTX이용객의 30%가 대전권에서 나오고 있는만큼 호남고속철 개통이후에도 이용자의 편의제공 및 수익 차원에서 KTX의 서대전역 경유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으며, 광주를 비롯 호남권에서는 서대전역 경유시 총 통행시간이 길어질(40여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두 지역의 주장이 일면 타당한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 보다는 해당 지역민 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데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지방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코레일이나 국토부에서도 심사숙고할 수 밖에 없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존 관행이나 선례, 기존법령, 정책, 제도, 사업 등의 목적, 목표, 수단, 절차, 방법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모든 것을 열어놓고,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답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KTX 서대전역 경유 문제를 둘러싼 정책갈등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호남고속철 개통 대한 목적측면에서 찬반논쟁에 대한 가치판단을 해 보고자 한다.
2. 정책결정을 위한 기준과 대원칙 수립
KTX의 서대전역 경유 문제를 두고 지역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문제해결을 위한 고민 없이 과도하게 자기지역의 이기적인 주의주장만 난무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점에서 해당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호남고속철을 이용하는 국민 누구나 동의할 대원칙과 합의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국토부가 이문제를 해결할 가치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첫째, 이용객의 편의성, 둘째, 안전성, 셋째, 수요(수익성) 등의 3가지 원칙이었는데, 치우침이 없는 누구나 동의가능한 정책판단 기준이라 생각된다. 이중에 안전성 문제는 커다란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수년동안 KTX가 서대전역을 경유하면서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보면, <이용객의 편의성>과 <수요 문제>가 가장 크게 고려하고 검토해야 할 가치판단의 기준이라 생각된다.
3. 이용객의 편의성 측면에서 검토
이용객의 편의성 측면에서 KTX의 서대전역 경유 문제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는데는, 두가지 관점의 논의가 필요하다. 첫째, 호남권지역 이용객의 총 통행시간 증가 문제와 둘째, 대전․충남권지역 이용객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① 서대전역을 경유시 호남권지역 이용객들의 총 통행시간 증가문제
실제로 호남고속철 KTX가 서대전역을 경유하게 될 경우 기존 호남선 노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거리는 29km늘어나고 운행시간은 45분이 늘어난 2시간 18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호남권 이용객들의 편의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충분히 일리있는 문제제기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미 경부고속철 개통이후 이용객 편의성 차원에서 수원역과 밀양역을 KTX의 일부차량이 편성되어 경유하고 있으며, 호남고속철의 경우도 광주광역시가 편의성 차원에서 광주역에 KTX 편성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점에서 이 문제는 두 지역간 첨예한 갈등과 정치적 공방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닌, 지역간 상생협력과 KTX 편성 총량 확대 등의 새로운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스러울 것으로 이해된다.
② 대전․충남권지역 이용객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
오는 3월 KTX호남선 개통 이후 만약에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KTX 편수가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편성을 하지 않는다면, 당장 그동안 서대전역을 통해 KTX를 이용하던 이용객들의 경우 엄청난 혼란과 불편은 불가피해 진다. 실제로, 코레일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출퇴근을 목적으로 서대전역을 이용하는 정기이용권자만도 2,500명에 이르고, 서대전역을 이용하는 승객만도 하루 1만 5천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 기존 KTX호남선 총 이용객중 30% 정도가 대전권이었다는 점과 계룡대와 논산훈련소 입지 등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호남고속철 개통이후에도 대전․충남권지역 KTX 이용객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고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4. 수요(수익성) 분석 측면에서 검토
호남선의 열차운행 횟수는 2011년에 연 일평균 40편에서 2014년 43편으로 꾸준히 배차횟수를 증편했으나 같은기간 수송인원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연구원이 매년 발표하고 있는 KTX의 일평균 수송실적을 살펴보면, 호남축(호남선, 전라선)은 2011년 2만 1천명에서 2014년 2만 3천명으로 2천명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전라선 개통에 따라 총 이용객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같은기간 호남선 수송인원은 연평균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호남선 구간의 평균 수송거리와 평균 수송인원의 연도별 변화는 크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 자료에 따르면, <2014년도 KTX 호남선 각 역별 주중 일평균 승하차인원 비교>결과 호남선 가운데 서대전역과 계룡대역, 논산역을 이용하는 이용객수는 4,881명이었으며, 나머지 호남선 역을 이용하는 이용객이 13,012명으로 나타나, 호남선 전체 노선에서 대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2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016년 KTX 수요예측 전망, 철도연구원)
따라서, 오는 3월 호남고속철 개통이후에도 호남선 이용객의 급격한 증가추세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마당에, 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배제한다면 호남고속철 수익성에 심각한 악영향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호남고속철 건설 명분 및 향후 고속철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점에서도 KTX의 서대전역 경유문제는 호남고속철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5. 사회․문화․경제적 측면에서 검토
호남고속철도의 개통은 단순히 교통측면에서 미치는 영향이외에도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4월 5일자 국토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호남고속철 건설에 따른 파급효과로 충청, 호남지역 균형발전과 성장 동력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아울러 지난 2010년 전남발전연구원이 발표한 <호남고속철도 시대에 대비한 전남의 대응전략 : 문화ㆍ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전남의 대응>이란 보고서에서도 호남고속철 개통으로 호남권 보다는 수도권 흡입력이 클 것으로 우려되지만, 반면에 호남권 문화, 관광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됨에 따라 지역별 전략수립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점에서도 호남고속철 개통이후 호남권 이용객들의 편의성만 강조한 나머지 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배제하기 보다는 호남고속철 개통에 따른 호남권 문화, 관광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전략 차원에서 고려하는 것이 호남고속철 개통 목적에 더 부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대전시민들 가운데 호남이 고향인 분들만도 50여만명(30%)가까이 되고, 대전경제권에서 차지하는 호남권의 영향력도 결코 적지않다는 점에서도 KTX 열차의 서대전역 경유는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호남고속철 개통이후에서 대전과 호남권간 문화․사회․경제적 차원의 교류를 활성화 하려면 KTX 열차의 서대전역 경유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양 지역에 서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6. 호남고속철 활성화 측면에서 검토
호남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호남권에서는 KTX의 증편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으나, 코레일을 비롯 국토부에서는 수요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호남고속철 개통으로 호남권과 충청권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호남고속철 개통이후 기존 62회에서 20여회 정도 증편·운행계획을 밝히고 있으나 경부선 대비 30% 수준에 머무는 것은 또 다른 편중이다. 문제는 지난 2011년도 이후 호남권 KTX 이용객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가운데 호남고속철 개통을 계기로 무작정 KTX 운행 편수를 늘려달라고 하는것도 설득력이 없다.
이런 가운데 KTX의 서대전역 경유마저 배제된다면 호남고속철 수익구조에 심각한 저하는 물론, 호남권의 숙원사업인 KTX 편수 증가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점에서도 호남고속철 KTX 편성 총량 확대 차원에서 호남권에서 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조건으로 총량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두 지역간에 상생하는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7. 박수받는 호남고속철 개통이 되려면
특정지역의 지배적인 가치에 따라 정부정책의 방향과 기조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 시대에서 있어서 지역정치 역량 중심의 잘못된 정책결정의 사례는 여러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잘못된 정책결정은 지역민들의 삶의 질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지역'마다 내세우는 명분은 있다. 그러면서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우리 입장'만 해답이라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호남고속철 개통이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박수받는 호남고속철 개통이 될 수 있도록 이제는 한 발씩 물러나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할 시점이다.
먼저, 지역의 리더를 자처하는 분들이 선동정치가 아닌 권한을 맡겨준 지역주민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발언 하나하나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정책판단을 위해 심사숙고하는 보다 성숙된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제 각각 자기지역 이익을 앞세운 나머지 테이블에 앉을 생각도 않고 목소리만 높인다면, 호남고속철 개통에 찬물을 껴 얹는 참담한 결과만 초래될 뿐 문제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공은 호남고속철 KTX 운행 및 차량 편성을 책임지고 있는 코레일과 국토부로 넘어갔다.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대 원칙과 기준을 만들고 이에 근거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호남고속철 개통을 계기로 충청권과 호남권이 상생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금홍섭 혁신자치포럼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