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록검토는 법관의 가장 우선시되는 기본 책무입니다.
판결은 법관이 방대한 사건 기록 속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리를 적용하여 내리는 고도의 지적 활동입니다. 꼼꼼한 기록 검토는 법관이 판결을 내리는 '공공활동'의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실천행동'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대법관들이 전자화되지 않은 방대한 스캔 파일 형태의 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판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대법원의 "기록을 모두 읽어야만 판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해명은 오히려 기록 검토의 부실함을 시인한 것이라는 비판을 낳으며 논란을 증폭시켰습니다.
공직자인 법관의 '공공철학하기'는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규범 이상에 충실하며, 부문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를 조감하는 규범적 가치, 기준, 원리를 탐구하는 ''사유활동(思惟活動)'을 의미합니다. 즉 깊이 생각하고 따져보는 정신적인 활동을 의미합니다. 법관이 기록 검토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이러한 근본적이고 비판적인 '사유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며, 이는 법관의 기본 책무 위반이자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는 비판은 정당합니다.
이는 마치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아이히만의 '생각없음(무사유)' 처럼, 마땅히 숙고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을 외면하고 관성적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잘못된 판결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태도이자, 직무유기나 마찬가지입니다.
2. 대법관은 그 누구보다도 '좋은 공공활동'을 추구해야 하는 공직자입니다.
대법관은 최고의 사법 권력을 위임받은 공직자로서, '좋은 공공활동가'는 '올바른 행동'을 통해 공공목적을 달성하고 바람직한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판결은 개인의 권리 구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공공선'과 '공동선' 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대법관에게는 '좋은 삶과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공공활동' 을 위해 '근본적, 비판적, 규범적 사유활동'을 수행하고, '철학하는 행동', 즉 깊은 성찰에 기반한 신중한 판단을 내릴 공적 책임이 있습니다.
특히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것은 피고인의 인권 보장 측면에서 극도의 신중함이 요구되는 사안입니다. 유력 대선 후보와 관련된 정치적,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중대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록 검토라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를 소홀히 했다면, 이는 대법관이 가져야 할 공직자로서의 무게감과 책임 의식을 망각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공공철학의 최고 문제인식은 좋은 공공활동' 이라는 명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태입니다.
3. 기록도 보지않고 판결을 내렸다면 이는 '결론 선결'입니다.
사법부의 권위는 판결 내용의 설득력뿐만 아니라,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즉 절차적 정당성에서 비롯됩니다. 기록 검토 부실 논란은 바로 이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만약 기록을 제대로 보지 않고도 판결이 가능하다면, 이는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비판처럼, 대법원이 예단을 가지고 재판에 임했을 수 있다는 '결론 선결' 의혹을 낳기에 충분합니다.
'공공철학하기'는 '의심과 질문, 검증' 을 통해 기존의 것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올바른 원리를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기록 검토 부실 의혹은 이러한 성찰 과정이 생략되었을 가능성을 내포하며, 이는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특정 판결에 대한 불만을 넘어, 사법 시스템 자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습니다.
4. 대법원의 신뢰는 법관의 살아있는 공공철학하기로부터 시작됩니다.
'공공철학'은 현실 문제를 외면하는 '죽은 철학'이 아니라, 현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살아있는 철학' 이자 '행동 속의 철학' 을 지향합니다. 이재명 전 후보 사건에서 제기된 대법원의 기록 검토 부실 논란은, 법리 논쟁을 넘어 '공공철학하기'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는 대법관이라는 공직자의 기본 책무, 사법 절차의 정당성, 그리고 국민의 신뢰라는 핵심 가치를 위협합니다.
대법원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공공철학적 규범 원칙'을 정립하고, '현실의 구체적 맥락 조건'(사건 기록)을 철저히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중한 '정책적 판단'(판결) 을 내리는, '철학과 행동의 통합'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최고 사법기관으로서의 권위는, 논란의 여지없는 투명하고 성실한 절차적 과정을 통해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훼손된 사법 신뢰를 회복하고, '좋은 공공활동' 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