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은 바다이야기…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바다이야기가 근 한 달동안 대한민국을 뒤 덮고 있다. 긴 장마속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 남북의 수해 주민의 고통과 IMF 고통의 몇 십배나 된다는 한미FTA 논란도 바다이야기가 단번에 잠재워 버렸다. 온통 바다이야기 뿐이다.
바다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황금성, 야마토, 철권 등 고삐풀린 도박게임장은 전국에 널려있다. 바다이야기 간판은 강제 철거되었어도 바로옆집 또 다른 도박게임장은 당당하게(?)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게임산업에 대한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나서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문제가 되고 있는 바다이야기 등 도박게임장 관련 규제책은 나름대로 강력한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사회가 바다이야기 중독에 빠져있는 사이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등 다른 도박산업의 심각한 문제점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대책 없는 도박게임장 관련 규제책은 ‘죽써서 개 주는 꼴’
우리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경마,경륜 등의 사행산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없이 성인오락실만의 지협적인 대책마련에 그친다면 도박게임장 관련 규제책은 경마, 경륜 등 또 다른 도박산업만 살찌우는 ‘죽 써서 개 주는 꼴’이 될 것이다.
실제로,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2005년도 사행성 게임시장 총 매출이 4조7700억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으나, 최근 11개월동안 총 26조7000억원의 경품용 상품권이 발행된 점을 감안해보면 도박게임장 규제로 천문학적인 도박자금이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국 1만5천여개 성인오락실을 통해 도박 경험을 한 유 경험자들이 대거 배출(?)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이용객들이 전통 도박업종이라 할 수 있는 경마, 경륜 등으로 업종이동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도박게임장 만의 대책이 아닌 도박산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규제책이 이번 기회에 마련되어야 한다.
도박게임장 제외 대형 도박장만도 전국에 83개소 성업중
전국에서 성업중인 사행시설은 경마장(35곳), 경륜장(20곳), 경정장(13곳), 카지노(1곳), 외국인 카지노(14곳) 등 83개소에 이르고 있으며, 경북청도에 우권장과 외국인 카지노 2개소도 추가로 개장준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이러한 대부분의 도박시설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몰려있었지만 몇 해 전부터는 지방의 중소 도시로까지 급속한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단의 법적 규제가 없다면 대형도박장만도 앞으로 2~3년내에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사행산업(경륜, 경마, 경정, 카지노, 복권, 2005년 기준)의 총 매출은 14조1천5십9억원으로 국민절반에 해당되는 2천6백만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사행산업이 전체레저시장(2005년 29조)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절반에 육박하는 47.6%로 이는 일본의 26.9(2002년)%보다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종간 경쟁, 통합관리 기구 없어
우리나라 도박 중독자는 320만명(성인인구의 9.28%)에 이르고 있다. 병적 도박자로 추정되는 인구만도 3.8%인 130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런 도박중독 비율은 미국, 캐나다, 호주보다 무려 3.6~4.6배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각종 사행시설의 1인당 1일 평균 배팅금액은 카지노가 45만2천원으로 가장높으며, 다음이 경륜이 9만3천원, 경마가 8만8천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와 더불어, 경륜, 경정, 경마, 카지노 등 도박산업의 전국화는 지역간 업종간 경쟁이 이루어지면서, 지역주민들의 도박중독율은 더욱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도박산업 관련부처가 경마/우권장(농림부), 경륜/경정(문화관광부), 강원랜드, 복권(국무총리실 산하 복권위원회)으로 난립되면서 기금조성 명목으로 새로운 사행산업에 진출하는 등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으며, 도박산업을 둘러싼 사회적 대립에 대해 적극적인 중재 및 문제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아울러, 현재 사업별로 정해진 1인당 1회 베팅한도(경륜경정 5만원, 경마 10만원 등)가 정해져 있지만, 이를 통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고객들의 손실액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물론, 도박중독자로 전락할 위험성 마저 내포하고 있다.
아직도 지방정부는 도박장 유치경쟁?
정부의 적정공급 계획조차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도박장의 전국화는 경쟁적인 유치운동에 따른 행정기관과 주민, 주민과 주민간의 뜨거운 찬반논쟁을 부추겨 지역정체성의 근간마저 흔드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전국 주요지방도시에서는 경륜장, 경마장 등 대형사행시설의 유치를 물론, 심지어 각종 장외말매소까지 유치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도박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쉽게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은 국세 위주의 중앙집권적 조세체제 때문에 열악한 지방재정을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며 새로운 경영행정 수단으로 도박산업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창원경륜장과 부산경륜장의 경우 지방세수 확보란 명분속에 개장하였으나, 부산경륜장의 경우 개장 이후 지금까지 300여억원의 적자보전을 부산시가 해주고 있는 실정이며, 창원 경륜장 또한 한때 6천억원에 가깝던 매출이 최근들어 3천억원대로 떨어지면서 적자 경영을 걱정하며 또다시 장외발매소 개장을 추진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 통합관리 감독위원회’ 설치
경마,경륜 등 대규모 도박장에서 이제는 동네 앞 마당까지 진출하고 있는 고삐풀린 도박장은 더 이상 영상등급심위원회나 문광부만의 문제가 아닌 제도적 구조적 문제로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범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불필요한 행정낭비와 주민들간의 갈등을 조장하기 이전에 부작용을 외면한 채 시민들을 도박장으로 유인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발상자체를 버려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도박시설의 무분별한 입지를 막기 위해 일본 등 선진국 사례처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칭)사행산업 감독위원회를 만들어 사행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더 이상 지협적인 대책으로 또 다른 도박산업만 살찌우는 ‘죽 써서 개 주는 꼴’이 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