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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다반사

늙으신 아버지

by goldcham 2020.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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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가정의 달이라지요, 그래서 고향(안동)에 계신 아버지를 떠올려 봅니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지요. 어느새 늙어 버리신 아버지,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팔뚝 근육이 나보다 클 만큼 정말로 건강하셨지요. 어머니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온갖 동네 궂은일은 모두 하셨던 분이셨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 순간 몸이 허약해지시더니 이제는 제대로 걸어 다니시지도 못할 만큼, 건강이 좋지 않답니다. 병원 진단결과 허리디스크가 악화 되었다는데, 수술을 거부한 채 한동안 물리 및 약물치료만 받으시다가 당신 스스로 생각하셔도 악화되시자, 자식들 성화에 못이긴 척 병원을 찾으셨던 고집불통 아버지

 

나에게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고지식하시고 목소리부터 높이셨던 말 그대로 전형적인 경상도 안동 아버지셨습니다. 지금껏 크면서 단 한번도 야단맞아보거나 손 지검 한번 당해 본적이 없는 나였지만, 어릴 적 나는 우리아버지가 솔직히 싫었답니다. 한때 우리 아버지처럼은 살지 말자고 다짐한적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군대 면회오신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보고 깜작 놀랐었고,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 대하시는 태도를 보고 놀랐답니다. 처음 결혼했을 때 부엌에서 고생하는 마누라 도와주는 것도 눈치보면서 했었는데, 어느날 아버지께서 오늘 점식 설거지는 홍섭이가 해라라고 말씀하시는걸 보고도 놀라기도 했었지요.

 

예전에 그렇게 커보이고 무서워보이던 아버지의 모습이 왜 이리 작게보이고 수척해 보이는걸까요?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이 땅의 아버지 자식으로 살아가는 모든 자식들이 그랬을 것이고, 내 아이도 아마 오랜시간이 흘러 또 이런 생각을 하겠지요.

 

50 나이 훌쩍 지나서 이제 철들어가나 봅니다.

 

건강 회복하셔서 온 동네를 동분서주하시는 모습 다시 보고싶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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