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수정해야겠네요. ‘우리 부부의 아로니아 농사 포기 일기’라고’ 써야겠네요. 10년 전에 시작했던 아로니아 농사일을 올해로 마감하려 합니다.
10년 전 우연한 기회로 우리부부는 아로니아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처갓집 소유의 700여평에 장인어른의 권유로 겨우 무릎 높이의 아로니아 500주를 모든 가족이 동원되어 심었고 그로부터 3년 후부터는 열매를 수확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부부의 아로니아 농사는 겨울부터 시작했습니다. 가지치기와 나무 가지 위에 달려있는 해충 알을 잡고, 밭고랑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등 주말이나 휴일에 우리 부부는 아로니아 밭으로 가서 운동 겸 농사일을 꾸준히 하였습니다. 가끔 힘들기도 했지만 아내나 저나 힘든 내색 없이 아로니아 수확의 기쁨만을 바라보면서 ‘주말 = 아로니아’ 공식을 만들었습니다.
새싹이 나기 시작하는 봄부터는 매주 아로니아 밭으로 가서 솟아나는 풀들을 뽑고 아로니아 나무 가지 정리를 위해 말뚝을 박는 등 아로니아 농부 티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지요. 아로니아 나무의 성장과 잡풀의 성장속도가 어마어마한 5,6월부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잡풀들을 제거해 주고, 과실열매를 쏙아 주기도 해야 했습니다. 특히 가지가 처지지 않도록 노끈으로 잘 묶고 관리도 해주어야 했답니다.
특히 장마가 오는 시기엔 쳐진 가지를 반드시 묶어서 관리도 해주고 밭고랑 주변의 잡풀들을 정리도 해주어야 아로니아 나무와 엉키지 않아 과실이 토실토실하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좁은 밭고랑에 웃자란 아로니아 새가지는 과감하게 잘라주어야 햇볕도 잘 들어서 아로니아 과실이 잘 익습니다.
우리부부는 아로니아를 수확할 때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아로니아 밭으로 가서 그림자가 짧아지는 오전 10 시까지 열매를 정성껏 땄습니다. 오후에는 5시쯤 도착해서 해가 떨어진 8 시쯤에나 집으로 귀가 할 만큼 아로니아 수확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답니다.
아로니아를 수확은 매우 힘든 작업이었지만 판매만큼은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단 한번도 농약을 쳐 본 적이 없었기에 아로니아 열매에 대한 확신은 남달리 컸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 등의 SNS로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판매를 했었지요. 한때 아로니아 진드기가 아로니아 나무를 덮자 아내는 어디서 들었는지 계란으로 친환경 농약을 만들어서 아로니아 나무에 뿌려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당시 저는 일터를 그만두고 학위 과정을 밟고 있어서 직장에 대한 부담이나 시간에 대한 부담이 덜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함께 시작했던 처갓집 식구들 보다도 아로니아 밭일을 더 책임감 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새로운 직장일도 시작하면서 아로니아 농사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도 먹어가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커지면서 아로니아 밭에서의 농사는 더 이상 힐링이 아니라 말 그대로 노동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아로니아 판매 가격도 처음에는 1kg당 2만5천원이나 할 만큼 제 가격에 판매가 가능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킬로 당 몇 천 원 수준에 판매되고, 그마저도 판매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로니아 농사일에 대한 흥미를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되었든 10년 가까이 지은 아로니아 농사를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끔 지나는 길에 방치되어 있는 아로니아 밭을 볼 때마다 미련도 남고 아쉬운 마음도 생깁니다.
올해가 아로니아 수확 마지막해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는 주말에 밭에가서 미련도 남고 아쉽기도 하지만 마지막 아로니아 수확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