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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대전원도심과 젠트리피케이션

by goldcham 2020.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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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원도심 일대

 
 

‘젠트리피케이션’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에서 파생된 말로 특정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기존 거주민, 원주민이 외곽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지칭한다. 8,90년대 도심 재개발 붐도 비껴간 조용한 한옥마을이었던 서울 경복궁 인근의 북촌, 서촌, 북청동은 2000년대 이후 젊은 예술가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주변 골목길은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임대료가 급격히 올라, 결국 처음부터 자리 잡았던 젊은 예술가들과 원주민들까지 쫓겨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10여년전부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의 범사회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젠트리피케이션 피해를 체감하는 임차인수는 10명중에 8명 꼴로, 상인들의 걱정과 피해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대전원도심 만큼은 예외지역인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몇 해 전부터 이 지역도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지역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소식이다. 대전시와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으로 대흥동을 중심으로 원도심이 활성화되자 기존 낡은 건물이 헐리고 이 자리에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도시 재생의 첨병역할을 했던 문화예술인들과 기존의 세입자들이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흥동 일대에서는 원도심 활성화에 의미있는 역할을 담당했던 예술인들과 문화운동단체 등이 임대료 등이 오르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타 지역의 경우 어느 정도 원도심 활성화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있는 가운데, 임대료나 관리비가 인상되어 상권 활성화에 기여했던 임대인이나 원주민 등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발생한 사례지만, 대전의 경우 이제 막 지역 상인들과 함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단계에서 임대료의 급 상승과 신축건물의 난립 등이 배경이되어 원주민이나 임대상인 등이 원도심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대전원도심 지역의 이런 현상은 타 지역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와 함께 작은상가 및 주거지역 건물을 헐고 집단거주가 가능한 근린생활시설의 무분별한 신축문제와도 관련 있다. 이를테면,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한답시고 1가구당 0.7대였던 주차장요건을 0.5대로 낮추면서, 일명 원·투룸 중심의 근린생활시설이 원도심 일대에 우후죽순 신축되기 시작한 것도 대전 원도심 지역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근린생활시설은 최근 도시재생의 새로운 유형이기도 하다. 비단 대전시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으로 무분별한 근린생활시설의 입지는 젊은층의 인구유입에 따라 주차난, 범죄 등 생활민원이 증가하고 주변일대 상가의 임대료 상승을 유발한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런점에서 대전원도심 지역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와 해결방법은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이나 전주 한옥마을, 서울의 북촌 등의 지역사례와는 분명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대전원도심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전시가 검토해왔던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통한 임차인의 권리보호를 강화한다든지 건물주,상인,지자체간 상생협약 체결 등의 대책도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밀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을 통해 무분별한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게 규제하고, 핵심지역 및 시설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당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지원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통해 더 이상 원도심 활성화의 첨병역할을 해왔던 상인들이나 원주민들이 도시 외곽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와중에 대전시도 혁신도시 조성을 비롯 쪽방촌, 철도부지에 추진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후 우려된느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예방을 위해 재개발ㆍ재건축ㆍ도시재생 지역의 원주민과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문제도 아니다. ‘하고자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사람은 핑계부터 찾는다’는 필리핀 속담이 있다. 이번 기회에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 중도일보 6월 8일자 칼럼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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