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아버님을 여읜 슬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저희 어머니(故 정월순)마저 향년 86세를 일기로 지난 5월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 연이은 큰 슬픔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지만, 서로의 손을 굳게 맞잡은 저희 5남매는 어느덧 다가온 어머니의 49재를 모시기 위해 지난 6월 20일, 안동 고향의 선산 가족묘에 다시 모였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한달음에 달려와 주신 작은아버지를 비롯한 친척 어른들, 그리고 저희 5남매 가족이 모두 모여 정성을 다해 제사상을 차리고 어머니의 평안을 기원했습니다. 산세가 푸르고 고요한 안동 고향의 묘소 앞에 나란히 서서 절을 올리니, 부모님과 함께 울고 웃었던 지난날의 따뜻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두 분을 모두 떠나보내고 이제는 주인을 잃어버린 텅 빈 고향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가슴 한구석으로 시린 허전함과 짙은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자식들을 위해 평생 아낌없이 내어주셨던 그 크신 사랑과,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저희를 따뜻하게 안아주시던 그 품이 오늘따라 유독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49재를 위해 오랜만에 찾아온 온 가족들이 며느리가 가족들을 위해 세심하게 준비해온 장화를 나누어 신고 묘소 주변을 정비했습니다. 다 함께 흙을 묻혀가며 잡초를 뽑고 비석을 정성스레 닦아내며, 이것이 두 분께 해드릴 수 있는 마지막 보살핌이라 생각하니 함께 흘리는 땀방울마저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서로 일손을 돕고 안부를 묻는 이 시간이 참으로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척 아려왔습니다. 특히, 현재 암 투병 중이신 큰누님께서 편찮으신 몸을 이끌고 먼 길을 와주신 모습을 뵈니 가슴이 먹먹해져 기어이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습니다. 부모님께서 하늘에서 굽어살펴 주시어, 우리 큰누님이 하루빨리 병마를 털어내고 예전의 환한 웃음을 되찾기를 묘소 앞에서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묘소 정비를 마친 후에는 부모님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고향 집으로 다 함께 둘러앉아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비록 부모님의 빈자리는 시리도록 크지만, 이번 어머니 49재 덕분에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오랜만에 조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도 듣고, 작은아버지 큰고모 삼촌 등 친지어르신들을 뵐 수 있어 슬픔 속에서도 큰 위안이 되고 참으로 좋았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비록 두 분은 안 계시지만 남겨진 저희들이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고 우애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희 가족에게 따뜻한 위로와 품을 내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지난 잇따른 상중의 경황없는 와중에도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주시고 진심으로 슬픔을 나누어 주신 덕분에, 저희 어머니를 아버님 곁으로 평안히 모셔드릴 수 있었습니다. 보내주신 그 따뜻한 위로와 격려는 저희 5남매가 슬픔을 딛고 서로 의지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두 분께서 남겨주신 가장 큰 유산은 끈끈하게 맺어진 저희 ‘가족’일 것입니다. 그 무한했던 사랑과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며, 저희 5남매는 앞으로도 서로를 아끼고 보듬으며 씩씩하고 우애 있게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무런 아픔이나 걱정 없이, 두 분이서 손 꼭 잡고 다정하고 평안하게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저희 가족의 아픔을 함께해 주시고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의 가정에 늘 건강과 평안, 그리고 따뜻한 사랑이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26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