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사회, 대선 이후 대한민국 미래를 논하다
사단법인 공공(이사장 문상원)은 지난 5월 21일(수) 저녁 7시, 대전YMCA 유성 강당에서 '대선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 주요정당 공약분석과 시민사회의 과제'를 주제로 대전시민사회변화포럼 5월 월례모임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주요 정당들의 공약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시민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포럼에는 대전지역 시민사회 활동가, 관련 전문가, 그리고 주제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다수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포럼은 주제 발제, 지정 토론, 그리고 참석자 전체가 참여하는 종합 토론 순으로 진행되었다. 발제에서는 각 정당의 핵심 공약들이 분야별로 비교 분석되었으며,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진단이 제시되었다.
"양당 정책 유사성 속, 에너지·대북 정책은 극명한 차이…구체적 이행계획 부재"
첫 발제를 맡은 김종남 (사)대전시민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이념, 세대, 성별로 갈라진 정치 지형에서 중도층을 겨냥해 정책적 유사성이 커졌다"면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공약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성장 정책'을 꼽았다. 민주당은 10대 분야 중 6개, 국민의힘은 7개 영역에서 경제·산업 부문을 강조하며 공항, 철도, 신도시 및 노후도심 재개발 등 대규모 건설 사업 추진을 예고했다. K-방위산업을 국가대표 산업으로 육성하고,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과 대규모 민간 투자 유치를 약속한 점도 동일하다.
지역균형발전과 분권 강화 역시 공통분모였다. 양당 모두 국회의사당 및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시 이전을 통한 '행정수도 완성'을 약속하며 충청 민심에 공을 들였다. 초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2030세대의 자산 형성, 주거·교통비 지원, 육아 지원책을 강화하고, 시설 중심에서 벗어난 지역사회통합돌봄 시스템을 발전시키기로 한 점도 유사했다.
하지만 정책의 지향점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반면, 국민의힘은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로 산업용 전기료 인하를 약속하며 '원전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북 정책에서도 민주당은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남북 공존'을, 국민의힘은 한미동맹 강화와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립 격화'를 예고했다. 이 외에도 개혁신당은 부처 통폐합 등 '작고 유능한 정부'를, 민주노동당은 부유세·탄소세 신설 등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와 노동권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 이사장은 "대부분의 공약이 기존 정책을 개선하는 수준이며, 정책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재정 추계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실용적이고 강력한 대통령의 등장이 예상되는 만큼, 시민사회가 정책 제안, 간담회 등을 통해 의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책을 보완하고 시민사회의 활동 입지를 마련하는 동시에, 2년 후 지방선거에서 참여민주주의 확장을 위해 시민사회의 역할을 깊이 숙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시민사회 "대선, 정권교체 넘어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가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재섭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에 맞서 123일간 광장을 지킨 시민들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대개혁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압도적 정권교체라는 구호 아래 사회대개혁 의제가 '나중에'로 밀려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계엄 사태 당시 17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정리한 12개 분야, 118개 개혁과제를 기준으로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대부분의 분야에서 비상행동의 과제를 포괄적으로 반영해 가장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민주주의 회복, 민생 안정, 돌봄 사회 등 다수 공약이 개혁 방향과 일치하거나 유사했으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성평등·인권 핵심 과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에 대해서는 명시적 언급을 피하며 한계를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검찰개혁, 기후위기, 노동권, 성평등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개혁 과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공약을 제시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공수처 폐지,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내세우며 개혁 방향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현상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이장우 대전시장의 시정을 '리틀 윤석열'에 비유했다. 그는 인권센터 폐쇄, 주민참여예산 축소, 개발 중심의 정책 등을 지적하며 "거대 양당 후보들의 대전 공약은 이러한 지역 현안을 외면한 채 철도 인프라 확대 등 개발 공약에만 치중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이번 대선은 내란을 종식시키는 것을 넘어, 광장에서 터져 나온 변화의 목소리를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기대선 이후 시민사회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독립성을 갖고 감시와 대안 제시의 역할을 수행하며, 시민의 요구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종합토론서 "표만 노린 공약" 비판… "새 정부, 6개월 내 실행계획 내놔야"
종합토론에 참여한 시민들은 "증세를 회피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는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후보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 기존 정책을 반복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시민사회가 공약 이행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 내부의 긴밀한 협력과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정책 집행을 감시할 연대체를 구성하고, 정당 및 정부와 정책 협약을 추진하는 등 시민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 과정에 개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새 정부는 집권 후 6개월 안에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재정 계획과 입법·제도 보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참석자들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권력 남용을 막고, 시민 참여를 제도화하는 구조적 개편을 이뤄내야 한다"며, 향후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활동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