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코로나19의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 지는 것 아니냐?” 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다수의 감염전문가들도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월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우리는 일상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불과 수개월여 만에 세계의 경제시스템과 일상생활의 붕괴로 많은 분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위협에 직면하는 등 가혹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평생교육계 역시 코로나19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당장 필자가 일하고 있는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 등록되어 있는 1만 여명의 학습자분들의 학습권이 박탈당하고 당황스러워 하고 있음은 물론, 대전시민대학과 배달강좌제 등에 등록되어 있는 1천여명의 강사들도 2월 초부터 여섯 달여 가까이 수입이 아예 끊겨 생활고를 겪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평생교육에 참여하던 1,635만명(2019년 기준)의 성인학습자들이 학교나 평생교육 시설 등의 교육프로그램에서 학습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수억명이 넘는 성인 학습자들이 평생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있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 ‘페스트’라고 불리는 흑사병(The Black Death)이 중세 유럽을 포함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봉건제도의 붕괴와 르네상스, 자본주의를 태동하는 산파 역할을 했다. 중세 흑사병이 유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모든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처럼, 역사적 사건 이후 예상하지 못한 일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극적인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있기 마련이다.
코로나19도 흑사병의 경우처럼 우리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내 몰린 작금의 상황은 평생교육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또 다른 티핑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코로나 19의 위기도 백신과 치료제가 당장 나오지 않은 이상 전 인류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세계 역사도 바꾸어 나갈 것이다. 평생교육계 역시 이번 코로나19의 확진자 확산에 따른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진단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우리의 일상이 크게 바뀌면서 기존의 집합교육, 대면교육에 익숙한 평생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선택지는 그만큼 후 순위로 밀려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집합교육이나 대면교육 보다는 개인 또는 가족중심의 생활패턴으로 바뀌고 온라인 평생교육이나 소수가 모이는 공동체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된다면 기존의 집합교육 중심의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평생교육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에도 취약한 실태를 드러낸 평생교육의 허약한 채질부터 먼저 반성하면서, 향후 위기에 직면한 평생교육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기 위해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평생교육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사회에 평생교육이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서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우리의 일상이 크게 바뀌게 된다면 집합교육에 익숙한 평생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선택지는 그만큼 후 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집합교육 보다는 온라인 교육이나 소수가 모이는 생활공동체형 교육으로 전환된다면 당장 집합교육 중심인 대전시민대학의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은 그나마 타 지역의 평생교육 기관보다는 양호한 편에 속한다. 지난 2018년도부터 온라인 평생교육을 위해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이후 매년 100여개 이상의 다양한 분야의 평생교육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서 홈페이지(http://www.dile.or.kr/)에 탑재하고 있으며, 이번 코로나 위기 속에서는 유튜브에 별도로 ‘대전시민대학 채널’을 개설하고 모든 평생학습 수요자들에게 개방하면서 나름의 순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타 지역이나 대전 5개 구의 경우 온라인 평생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환경조차도 준비되지 못하고 있어, 지난 2월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 이후 모든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전면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언컨택트(Uncontact) 사회를 대비하는 새로운 평생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평생교육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마침 정부에서도 온라인 평생교육 등의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평생교육계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를 일컫는 언컨택트(Uncontact)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평생교육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평생교육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온라인 교육, 원격학습 등의 새로운 평생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관련법의 제·정비와 함께 기반 구축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온라인 강좌 콘텐츠를 만들어서 탑재하고 개방하는 수준의 공급자 중심의 온라인 평생교육이 아니라 실시간 강좌를 위한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개발을 통해 출결석 등의 학사관리 전반에 걸친 사항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비문해자들을 포함 취약계층, 취약지역에 대한 평생교육을 균등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교육으로 모든 평생교육의 욕구를 해소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공동체 등 소규모 단위 평생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과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이외에도 언컨택 사회 가족중심의 평생교육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 등 개인주도 평생학습의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지원하는 등의 개인 주도 학습을 위한 환경과 프로그램 개발 등의 지원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 이후 가족과의 접촉 기회도 대폭 확대되면서, 의·식·주 문화가 대거 바뀌고 있다. 가족과의 대면·접촉의 확대에 따라 가족모두가 함께 모이고, 배우고, 나누는 가족 평생교육이 될 수 있도록 기회 제공의 확대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연과의 접촉기회도 코로나 이후 더욱더 확대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비접촉 비대면 트래킹 코스와 나 홀로 탐방 등의 새로운 유형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포스트코로나 시대 평생교육은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제공되어야 하며, 평생교육이 시간적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이제는 뛰어넘어야 한다. 이는 공공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제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평생교육은 건강한 시민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평생교육을 시민들이 제대로 누리고 이를 통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이는 ‘사회적 자본 확충’으로 이어질 것이며, 건강한 학습자로 성장한 시민들이 마을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할 때 마을 공동체는 건강해지며 지방자치도 굳건하게 만들 수 있다.
지방자치 역량 강화, 민주시민 양성, 마을공동체 형성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심 과제를 해결하는 데 평생교육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주민참여예산제 교육, 인권 교육, 민주시민 교육 등 공익적 프로그램을 더 많이 발굴하고 시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공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런 차원에서 네트워크는 무척 중요하다. 지역의 공공기관은 물론 마을에 있는 복지관이나 마을회관 등을 적극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평생교육을 시민 누구나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평생교육을 구하는 보다 근본적인 목표와 방향은 ‘평생교육 자치역량을 스스로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마침 지난해에 만들어진 제4차 국가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은 과거와 달리 평생교육의 질적인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평생교육 관련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듯이 코로나19 이후 평생교육 현장의 평생교육 극복정책 또한 평생교육 자치역량을 스스로 높이는 방향으로 중지를 모아야 한다. 그런 만큼 평생교육 정책 또한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주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평생교육이 몇몇 여유가 있는 소수 학습자들이 누리는 ‘사치’가 아닌, 시민누구에게나 균등하게 기회가 제공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섯째, 코로나19 이후 평생교육에 대한 변화의 속도와 욕구는 더욱더 다양해지고 확대될 전망인 만큼, 이들 학습 소비자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공공영역의 평생학습 기반 구축 및 학습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은 더욱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제4차산업혁명 시대 평생교육은 지금과 같은 평생학습에 그치지 않고 ICT(정보 및 통신기술)에 기반을 둔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직업교육과 연계·융합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평생교육과 직업·공동체 교육을 연계·융합하고 시민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특화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도 코로나19 이후 위기의 평생교육을 소생시키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평생교육은 ‘나의 삶을 바꾸기 위한 교육’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교육’이다. 평생교육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공동체 전역으로 확산된다면 코로나19 이후 경직된 지역사회와 평생교육계에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며, 지역사회의 공동체는 더욱더 건강해지고 시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더 풍요로워 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 글은 필자가 월간 공공정책 8월호에 게재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