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와 개인의 가치는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커다란 충돌을 빗기도 한다. 복지정책의 사례처럼 그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에 따라 정부정책이 만들어지고 추진되기도 하지만, 지방자치 시대 주민들로부터 위임대리 받은 단체장이나 관료집단이 결정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종종 지역주민 개개인의 가치와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점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사례를 통해 가치갈등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바람직한 가치선택을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할 때 ‘올바른 가치판단’이란 누구든지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여 좋은 가치를 선택하거나 창조하고 이를 실현하도록 앞장서고자 하는 노력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소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 1997년도에 월평동에 마권장외발매소를 설치할 당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부 시민들은 반대를 하였으나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은 적극 찬성했던 사안으로 당시 심각한 가치갈등을 겪은바 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대전시민들에게 레저기회 제공을 비롯해 월평동 일대 상권 및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세수 증대 논리를 내세웠으며, 반대 측에서는 타 지역 사례를 기반으로 대전시민의 도박중독 우려와 상권활성화에 별 도움이되지 않고, 불법주차로 인한 교통난과 인근의 유흥시설 밀집에 따른 교육과 주거환경 악화 등의 심각한 생활권의 침해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대전시나 서구청은 향후 지역주민들에게 미칠 중차대한 가치갈등에 대해 올바른 가치합의를 위한 최소한의 과학적 검증 절차도 없이 처음부터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세수 증대 논리만 내세운 채 마권장외발매소 설치를 쉽게 허가해 버렸다. 1997년 개장 이후 월평동 일대 상권 활성화는 커녕, 시민들의 도박중독 뿐만 아니라, 주말이면 불법주차로 인한 교통난과 인근 유흥시설 밀집에 따른 교육과 주거환경 악화 등의 심각한 생활권의 침해를 받으면서, 건전한 레저시설로 많은 이용자들이 찾아와서 주변지역의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장밋빛 청사진은 이미 허구였음이 드러나고, 개장 당시 찬성했던 상인들마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마권장외발매소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소 사례 이외에도 올바른 가치선택을 잘못하면서 심각한 지역사회문제로 비화되었던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잘못된 가치(선입관)에 사로잡혀 비판적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려는 자세와 가치중립적인 판단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면, 이후 심각한 가치갈등으로 인한 인적, 물적 등 사회적 낭비를 초래했다. 오늘날 다원화된 사회에서 각종 가치갈등은 불가피하다. 지방자치시대 행정의 근본은 불필요한 갈등과 논쟁을 최소화하고 관리감독하는 것이란 점에서 가치갈등을 해결하는 첫걸음은 가치개념과 가치내용을 이해하고 개인차원에서 조직차원으로 더 나아가 사회차원으로 가치진행을 고도화하면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가치갈등’을 조정하고 ‘가치합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특히 좋은 지도자라면 역동적인 가치를 선택하고, 창조, 실현의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세를 갖추고 이에 헌신해야 한다. 또한 공공영역에서는 가용한도 안에서 최고의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책임있는 인식과 자세로 가치갈등을 사전에 예견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치합의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민주적이고 이성적인 가치합의의 관행과 문화를 가꾸고 정착시키는데도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뒤 따라야 할 것이다.
(충청신문 2019년 8월 18일 아침을 열며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