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홍섭(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개혁실천국장)
20년전 의무경찰이었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의무경찰로 배치받은 파출소에서 했던 첫 임무가 고참 관등성명을 외우는 것과 더불어 지역 기관장 및 지역유지 자동차 번호판을 외우는 것이었단다. 당시만 해도 지방에서 대형 승용차량은 몇 대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법도 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공공기관 공무원들의 출퇴근 용으로 사용된 관용자전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최근 청주시청에 관용자전거가 등장했다는 기분좋은 뉴스가 주목을 받았는데, 청주시는 관용차 연료비가 부담되자 에너지 절감에 앞장서기 위해 관용자전거를 도입했다고 한다.
건설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06년 9월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총 1천5백79만대) 가운데 관용차량은 총 5만8천951대로 나타났다. 이중에 문제가 되는 승용일반형 자동차는 1만9천820대, 버스 등 다중승합차 1만2천132대, 트럭 등 화물자동차 2만4천795대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용차량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관용차량 관리규정’과 각 자치단체의 ‘관용차량 관리지침’으로 관리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관용차량을 둘러싼 잠음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현재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모호한 규정 때문에 2대의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다니는 공직자가 있는가 하면, 차량배기량 기준이 지난 2003년 자율화 된 이후 초대형 배기량(3500cc) 차량으로 바꾸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용차량의 대형화 못지않게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전용하는 사례까지 빈발하고 있다. 기관장 개인이 사적인 용도로 관용차량을 사용하는가 하면 얼마전에는 광역자치단체장 부인에게까지 전용관용차량과 운전기사 심지어 여성공무원까지 배정해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관용차량은 엄연히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관용차를 사유물처럼 취급하고 신분과시에 이용되는 수단이 된다면 국가재산에 대한 불법전용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문제와 더불어 관용차량의 교체주기가 너무 짧다는 지적도 크다. 실제로, 부산 경실련이 조사한바에 따르면, 부산지역 1,098대의 공용차량의 평균 차령은 4.5년이었으며, 전용차량의 평균 차령은 3.5년으로 전용차량의 차령이 1년이나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조사된 차량 가운데 차령이 10년 이상된 노후차량은 1,098대 중 71대로 전체의 6.5%였는데 노후차량은 청소차, 보건소차량, 준설, 가로등 보수 등 대민업무와 관련된 차량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얼마전 중국에서는 관용차량 유지비로 국방비 예산보다 많은 우리돈으로 39조원을 지출해 큰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좀 다르겠지만 대형화되는 관용차량의 추세와 잘못 운용되고 있는 관행을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의 세금부담은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관용차량에 대한 잘못된(?) 국민들의 인식 탓 이전에 관용차에 대한 일부 고위공직자들의 비뚤어진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그런 차원에서 관용차 문제 해결 방안으로 관용(업무용) 택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관용(업무용)택시란 행정기관이나 기업체 등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할 교통수단이 필요한 경우, 콜택시 업체와 사전 계약을 통해 콜 센터에 연락하여 택시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하는 것으로 이미 대전시 등에서는 택시문제 해소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관용(업무용)택시를 도입한다면,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등의 업무용 차량을 줄여 차량유지 관리비용의 절감은 물론, 새로운 택시이용 수요창출을 통해 경영악화로 고통받는 택시업계는 물론 택시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도심의 자동차 통행수요를 감소시켜 교통혼잡비용 및 대기환경을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기대된다.
관련전문가들은 관용(업무용)택시를 도입한다면 당장 차량구입비를 비롯해 보험료, 유지관리비, 인건비 등 관용(업무용)차량을 운행했을때 대비 약 35%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관용(업무용)택시를 도입한다면 5부제, 요일제 등 관용(업무용)차량 사용이 곤란한 날짜에도 이용이 가능하고 택시수요감소로 인한 배회운행 감소로 연료비 절감 등 수익성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 등 콜센터를 중심으로 약 100여개 이상 기업체에서 업무용택시를 적극이용하면서 상생하는 지혜를 모색하고 있으나, 공공기관의 참여저조로 그 성과는 미비한 실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일반 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기대한다.
이런 관용(업무용)택시 제안이 자칫 고위공직자들은 고급 관용차량만 사용하고 하위직 공무원들의 업무는 관용(업무용)택시만 이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들 스스로 관용차를 공용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온통 검은차 위주의 관용차 색깔을 다양화하고, 관용차부터 10년을 타려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