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 근간 이루는 ‘시민 학습자’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은 올해로 개원 10년 차입니다. 순수 평생교육 영역만 놓고 보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안정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대전시민대학 강좌가 무척 많았던 초창기에는 ‘강좌 블랙홀’이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당시에 많은 강좌를 개설했던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대전시 전체로 볼 때 평생교육 영역의 인프라를 키우고 확장한 긍정적 성과가 있었습니다. 현재 대전시민대학과 배달강좌의 다양한 강좌에 많은 시민이 참여해 열의를 가지고 수강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낸 성과는 아닙니다. 개원 초기부터 다양한 강좌를 통해 ‘학습자’를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반면에, 지난 2015년도를 기점으로 강좌수를 축소(1,200강좌-> 500강좌)한 것 역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울러 초창기에 주로 진행했던 취미, 교양, 인문학 강좌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육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강좌수는 축소되었지만 전체 평생교육 생태계 안에서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이 담당해야 할 영역을 공고히 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에는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대전시민대학, 배달강좌, 연합교양대학 이외에도 수많은 배움의 장이 있습니다. 구청 등 각 기관이나 대학, 시설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도 경쟁적 관계가 아닌 보완적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특성에 맞게 제 역할을 찾아간다면 전체 평생교육 생태계는 더욱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코로나19와 평생교육의 위기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이후 일상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팬데믹 현상으로 불과 6개월여 만에 세계의 경제시스템과 일상생활의 붕괴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평생교육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막 자리 잡고 있는 평생교육이 코로나19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우리의 일상이 크게 바뀐다면 집합교육과 대면교육에 익숙한 학습자분들의 선택지는 그만큼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따라서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비접촉 사회를 일컫는 언컨택트(Uncontact) 사회를 대비하는 새로운 평생교육을 준비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온라인 교육, 원격학습 등의 새로운 평생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관련 제도의 정비와 함께 인프라 구축 등의 지원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소규모 공동체단위의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원체계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대전의 경우 집합교육 중심의 대전시민대학과 취약계층·취약지역 중심의 배달강좌제가 있지만, 공동체 중심의 작은 평생교육 수요에 대한 적절한 평생교육 지원체계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평생교육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
평생교육이 가져야 할 기본 정신은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권이라는 데 있습니다. 평생교육이 시간적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이제는 뛰어넘어야 합니다. 공공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제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평생교육은 건강한 시민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평생교육을 시민들이 제대로 누리고 이를 통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이는 ‘사회적 자본 확충’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건강한 학습자로 성장한 시민이 마을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할 때 마을 공동체는 건강해지며 지방자치제도도 굳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 역량 강화, 민주시민 양성, 마을공동체 형성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심 과제를 해결하는 데 평생교육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것입니다. 주민참여예산제 교육, 인권 교육, 민주시민 교육 등 공익적 프로그램을 더 많이 발굴하고 시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공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네트워크는 무척 중요합니다. 대전시와 각 구별 산하 기관은 물론이고 마을에 있는 복지관이나 마을회관 등을 네트워크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평생교육을 시민 누구나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생애전반 맞춤형 평생교육 구축
지난 2019년부터는 민주시민교육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가족 서로 배움 학교를 기획해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전배달강좌 방식에도 변화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모든 강좌를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직접 배달하지 않고 일부 강좌는 시민이 직접 기획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장애인 평생교육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평생교육도 일반 복지처럼 시민 누구에게나 생애주기별로 적절하게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합니다.
아쉽게도 대전시민대학의 경우 학습자의 70퍼센트가 여성이고 30퍼센트 정도가 남성입니다. 50대가 가장 많고 60대, 40대 순입니다. 무엇보다 학습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가 여부가 학습 참여 결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말·야간 프로그램, 직업 교육 프로그램, 가족 참여 프로그램,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확충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평생교육으로 완성하는 지방자치
우리가 생각하는 대전평생교육의 미래는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 주도하는 대전 평생 교육 체계 구현’입니다. 대전의 미래를 책임질 ‘시민 학습자’에게 적절한 교육 내용과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발적인 시민 참여가 중요합니다.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평생교육을 실현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평생교육의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 키도 ‘시민참여’입니다. 평생교육에 대한 150만 대전광역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