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3년 조사에서 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46.1%에 불과했으며, 같은 해 레가툼 연구소(Legatum Institute)가 발표한 번영지수 보고서에서는 한국 사법 시스템에 대한 공적 신뢰도가 전 세계 167개국 중 155위라는 참담한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이처럼 국민적 불신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의 행보와 대법원의 몇몇 결정들은 가뜩이나 낮은 사법부 신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특정 정치적 사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이례적인 신속성과 명백한 절차적 하자들은 사법부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미명 하에 노골적으로 ‘정치적 정의’를 추구하며 사실상의 대선개입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맹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 훼손과 기록 검토 논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사건 처리의 절차적 정당성 훼손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와 관련된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결론을 내렸다. 6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불과 이틀 만에 검토했다는 대법원의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대법원은 "기록을 모두 읽어야만 판결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상고 이유를 중심으로 검토하면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취지로 해명하여, 사실상 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음을 자인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는 모든 사건의 출발은 사실관계이며, 이를 토대로 법리적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간과한 처사다.
더욱이 사건 배당 절차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사건이 정식으로 배당되기 전에 특정 대법관들이 기록을 검토했다는 정황은 법원조직법상 심판권이 부여된 법관만이 사건에 관여할 수 있다는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심지어 전원합의체 기일을 먼저 지정하고 소부에 배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채 특정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요식행위만 거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선택적 침묵과 정치적 편향성 의혹
조희대 대법원은 과거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중대한 헌법적 위기 상황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특정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특정 세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을 증폭시키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국민의 신뢰 회복,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자세 필요
사법부의 판단은 그 내용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제기되는 수많은 의혹에 대해 대법원은 명확한 해명과 함께 로그 기록 공개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 규명 노력을 보여야 한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최하위 수준인 사법부 신뢰도를 고려할 때, 현직 판사들조차 실명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촉구한다. 지금과 같은 행태는 이미 바닥인 신뢰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릴 뿐이며, 그렇지 않으면 ‘불법원’이라는 오명과 함께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다.
이상.